3년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남자가 있었다. 출소 직전 연인에게 편지를 보낸 터였다. "나를 기다린다면 집 근처 오래된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오." 리본이 없다면 남자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남자는 참나무를 볼 용기가 없어 운전사에게 확인을 부탁하고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버스 안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참나무에는 100개의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저 유명한 팝송 '오래된 참나무에 노란색 리본을 달아주오'(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의 노랫말 내용이다. 1973년 미국 가수 토니 올랜도가 발표한 이 노래는 1900년대 초 수감 생활을 마치고 귀향길에 오른 남자가 버스 운전사에게 해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노래가 대히트하고 6년이 지난 1979년 이란의 미국대사관 직원 52명이 인질로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 여성이 남편의 무사 귀환을 비는 의미에서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단 이후 이 캠페인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사물에 사연이 붙고 집단의식이 더해지면 '기호'가 되고 '상징'이 된다. 리본이 그랬다. 매듭이나 장식용 끈일 뿐이었던 리본은 어떤 가치에 대한 자각, 관심, 동참 등을 상징하는 '인식 리본'(Awareness Ribbon)으로 범주가 넓어졌다. 인식 리본은 색깔별로 다른 의미와 기호를 갖는다. 노란색은 생명 중시, 빨간색은 에이즈 차별 반대, 파란색은 표현의 자유, 핑크색은 유방암 퇴치 캠페인에 각각 등장한다.
특히 노란 리본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실종자 무사 귀환 염원을 담은 상징물로 승화됐다. 혹자는 진영 논리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만 몰지각한 단견이다. 한나라당이 2005년 11월 납북동포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 달기 운동을 벌인 것을 봐도 그렇다.
3년간 검은 바다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인양되기 전날 원주 하늘에 세월호 리본을 닮은 구름이 떠서 화제다. 비행기가 선회 운행하면서 생긴 비행운일 수 있고, 우연의 일치로 뜬 새털구름일 수도 있다. 리본 구름의 정체를 알 길은 없고 그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리본 구름 사진을 보면서 그리움과 회한 등 상념에 젖어들었다. 세월호 같은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300여 명의 고귀한 희생이 부디 헛되지 않기를 빌었다. 세월호 구름 리본은 그러한 염원을 담아 하늘이 수놓은 기호이자 상징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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