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간경변 시달리는 윤호상 씨

합병증에 걷지도 못 해…간 이식만이 살길

윤호상(가명) 씨가 약을 먹고 있다. 윤 씨는 간경변 말기로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윤호상(가명) 씨가 약을 먹고 있다. 윤 씨는 간경변 말기로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윤호상(가명'49) 씨가 경련을 일으키는 오른쪽 다리를 주물렀다. 다리는 대화 도중에도 심하게 떨렸다가 가라앉길 반복했다. 윤 씨의 발목 복사뼈는 큼지막하게 부어 있었다. "간경변 때문에 하지정맥류까지 생겼고, 다리가 부어서 오래 걷질 못해요. 제대로 걸을 수만 있어도 하늘을 나는 기분일 것 같아요."

며칠 밤을 야간근무로 지새워도 피곤한 줄 몰랐던 그를 쓰러뜨린 건 딱딱해진 간이었다. 간경변이 심해지면서 합병증인 식도정맥류 출혈로 쓰러진 적도 여러 차례. 요즘은 잠깐 외출을 하더라도 또 쓰러질까 싶어 신분증을 꼭 챙긴다.

윤 씨는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고 했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지 못하고 병원에 홀로 남겨뒀다는 후회와 죄책감 탓이다. "시도 때도 없이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물을 쏟아요. 왜 하필 내게 이런 병이 찾아온 건지 원망스러워요."

◆간경변 말기…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겨

윤 씨가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한 건 1년여 전부터였다. 늘 피로감에 시달렸고, 입맛도 잃었다. 그저 만성피로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건강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견디다 못해 찾아간 병원에서 그는 간경변 진단을 받았다. 통원 치료를 받으며 회복되길 기대했지만 6개월 만에 피를 토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새벽에 일어나 시커먼 피를 1시간 가까이 토했어요. 시커먼 피가 분수처럼 나오더라고요. 결국 의식을 잃었고, 응급실에 실려 가서야 간경변 합병증인 식도정맥류 때문이라는 걸 알았어요."

윤 씨는 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도 안 돼 또다시 피를 토했다. 의료진은 "간 이식 외에는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뒤늦게 연락을 받은 누나는 윤 씨 몰래 간 이식을 위한 조직적합성 검사를 받았다. 문제는 2천500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였다. 누나는 경제적 형편을 생각해 치료를 포기하려는 윤 씨의 손을 잡고 "목숨이 먼저다. 간을 이식해줄 테니 다시 한 번 살아보자"며 설득했다. "저 때문에 누님이 고생하시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해요. 누님은 어려운 형편에 저와 어머니까지 건사하느라 정말 힘들 텐데 내색조차 안 해요."

◆동업자에게 배신당해 빚 독촉 시달려

윤 씨의 어머니는 30년째 뇌졸중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6년 전 낙상사고로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로는 거동이 어려워 요양병원에서 지낸다. 윤 씨는 "어머니가 젊은 시절에 자식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셨다"고 했다. 윤 씨가 네 살일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허드렛일을 하며 두 남매를 키웠다. 어렵게 살림을 꾸리던 어머니는 여느 때처럼 새벽 일터로 나가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55세 때였다. 그는 "그 무렵 첫 직장에 취직한 터라 이제부터 어머니께 효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쓰러지셨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가 몸져누웠지만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기 전까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가 30대 초반일 때 인테리어 사업을 크게 벌였지만 동업하던 친구가 가게를 처분하고 돈을 챙긴 뒤 종적을 감췄다. 남은 윤 씨는 빚더미에 앉았다. 직장 생활을 하며 천천히 갚아 나갔지만 빚은 좀처럼 줄지 않았고, 신용카드로 빚을 돌려막다가 결국 채무불이행자 신세가 됐다.

3년 전에는 설상가상으로 척추관협착증이 악화돼 일손도 놓았다. 어머니의 낙상사고 수술비를 대려고 본인 수술은 포기한 탓이었다. 지금은 양팔에 힘을 못 쓸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새벽마다 팔에 통증과 경련을 느껴 잠을 잘 수가 없는데 간경변 때문에 약도 못 먹어요. 팔, 다리가 멀쩡한데도 꼼짝할 수 없으니 제 신세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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