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고 앞장서서 부르짖던 이들이 있었다. 우리 머리에 떠오르는 한 분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던 분이 어느 날 가장 가까운 사람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이는 '그렇게 하면 안 돼!' 하고 방아쇠를 당겼다고 한다.
아무 일이나 하면 되는 게 아니다. 민주 사회에서는 '삼권분립'이라는 게 있다. 어떤 나라든 근대국가는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세 가지 굴대를 세우고, 서로 권력의 남용을 견제한다. 이 균형을 깨뜨리고 '너는 그렇게 하면 안 되지만 나는 이렇게 해도 돼'라고 나서는 사람을 우리는 '독재자'라고 부른다.
독재의 말로는 비참하다. '하야'나 '탄핵'으로 마무리되기도 하지만, 목숨을 잃는 일이 더 많다. 그 과정에서 '국론'은 분열되고, 애꿎은 사람들이 몸 고생, 마음고생으로 시달리거나 비명에 가는 일도 일어난다.
'하면 된다?' 잠깐 멈추고 생각해 보자. 무엇을, 언제, 어디서, 누가, 왜, 어떻게 해야지?(이것은 신문기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이른바 '육하원칙'이다) "'내'가 하는 거야. 무얼 어떻게 왜 언제 어디서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마. '나' 못 믿어? 그럼 넌 나쁜 사람이야. 썩 꺼져!" 이런 속마음을 갖고 있거나 드러내는 사람을 우리는 '독재자'라고 부른다.
이런 독재의 전통이 오래 이어져 왔고 아직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생각이 알게 모르게 마음속에 뿌리내려서 '제2의 천성'으로 굳어진 '우리'도 있다. 한 나라의 '통수권자'가 불명예를 안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그 나라의 국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더구나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이들이 투표를 하고, 거기서도 절반이 넘는 표를 얻어 당선된 사람일 경우에는 이런 사람에게서 등 돌릴 때 생기는 죄의식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면 될 일도 있고 해서는 안 될 일도 있다. 있을 것이 없으면 있게 해야 한다.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들이 있으면 먹이고 입혀야 한다. 또 없을 것이 있으면 없애야 한다. 골목골목에 쌓인 쓰레기만 없애야 '하는' 것, 없어야 '될' 것은 아니다. '권력남용'도, '특혜'도, '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 같은 것도 없어야 '할' 것이고 없애야 '될'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지난 그 모진 시련이 이 땅을 짓누르는 사이에 이 나라 사람들은 그 '성장통'을 견디면서 이 세상에 새로운 전통을 세웠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명예혁명'이고 '평화혁명'이라고 앞다투어 칭찬하고 있다.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 것'이라는 말은 '예단'이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 늘 그런 일이 되풀이되었으므로 이 땅에서도 예외는 없을 거라는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라고 보아도 되겠다) 우리는 이제 명예로운 국민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세계 역사를 새로 썼다. 이 소중한 역사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어깨를 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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