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가까운 100년사에서 역사에 남을 일이 일어난 달로 기억됨 직하다. 3월엔 멀리 1919년 독립만세 의거부터 최근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올해 대통령 탄핵, 세월호 인양까지 뭇 일들이 들어 있다. 3월의 역사에 교훈적인, 그러나 잊힌 사건이 있다.
3'1 만세운동 의거와 맞물려 일어난 1919년 3월의 '파리장서운동'이라 불리는 소위 '유림단(儒林團)사건' 또는 '기미(己未)유림단사건'이다. 전국의 유생 137명이 서명해 독립을 청원하는 긴 편지 즉 장서(長書)를 세계 1차 대전 후 파리에서 열리는 평화강화회의에 보낸 사건이다. 서명자 62명이 대구경북 출신 유림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대구 사람만도 13명에 이른다.
사실 유생은 천도교 기독교 불교계 대표 33인이 3'1 독립선언서에 서명할 때 그 속에 들지 못했다. 그러던 즈음, 3월 2일 고종 장례식으로 서울에 온 김창숙 등 경북 유림을 중심으로 세계에 한국의 독립을 청원하고 일제 만행을 폭로하기 위해 서명에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해 137명의 서명을 받았다. 김창숙이 그런 장서를 외우고 노끈으로 만들어 3월 24일 서울 용산역을 떠나 중국 상해에 이른 날도 3월 막바지인 27일이었다. 뒷날 41명의 서명자가 검찰에 송치되고 27명이 기소된 유림단사건의 대략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교훈은 특징이 있다. 서명 때 나이를 고려한 점이다. 뒷날 발각에 따른 탄압에 대비해 가급적 젊은 층을 뺐다. 서명자 연령 분포를 보면 그렇다. 나이가 확인된 105명 중 60대가 35명, 50대 26명, 40대 22명, 30대 10명, 70대 9명, 20대는 3명이다. 유림을 잇고 신진 유림 보호와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를 읽을 수 있다. 3월 유림단사건 주역으로, 사건이 드러나 74세로 2년형을 선고받고 폐결핵과 옥살이 후유증으로 숨을 거둔 곽종석의 행동과 그의 제자로 장서운동의 연락책인 김황의 증언도 그렇다. "일제 탄압으로부터 신진 유림을 보호하기 위해 40세를 하한으로 삼았다."
고통스러운 올 3월을 보내며 뒷 세대를 걱정한 앞선 유림의 일이 새삼스럽다. 지금 대구지하철이 무료 승객 증가로 인한 손실로 고민이다. 지난해만 448억원 손실 가운데 80%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승차로 생긴 손실이다. 이들 무료 노인 승객 중 여유 있는 10%만이라도 돈을 내면 해마다 30억원 넘는 손실이 준다. 이를 모아 힘든 대구 젊은이를 위해 쓰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다음 세대를 위한 앞선 사람들의 배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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