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창] 경주 바다 명물 참가자미

동해안 감포에는 명물이 있다. 영덕 대게, 울산 고래고기라고 하듯이 경주 감포에는 가자미가 유명하다. 경주 동해안이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곳이어서 바닥에 붙어 사는 저서 어종인 가자미가 많이 잡힌다. 가자미는 봄이 제철이지만,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잡혀 어민들에게는 쏠쏠한 어획량을 올려주는 효자 생선이다.

가자미는 횟감과 얼큰한 찌개 거리, 미역국에 그저 그만이다. 종류만도 10여 종에 이른다. 경주 특산물인 참가자미회는 질감이 좋고 쫄깃해서 술꾼들에게는 인기 메뉴이다. 특히 참가자미는 양식이 없어서 더욱 인기가 높다. 경제성이 없어 양식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오로지 자연산이다. 감포 앞바다에는 양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참가자미가 많다는 뜻도 된다.

물가자미는 또 어떤가. 학명으론 기름가자미인 물가자미는 뼈째 썰어 회로 먹으면 좋다. 경주 전통시장에 가면 가장 흔한 생선이 물가자미다. 한 소쿠리에 5천원인데 두 소쿠리면 술꾼 4명이 거뜬히 먹고도 남는다. 미역과 양파 등 각종 채소를 한데 넣어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다. 먹고 남은 가자미는 햇볕 잘 드는 날 꾸둑꾸둑 말려서 프라이팬에 구워 쭉쭉 찢어 간장에 찍어 먹으면 밥 도둑이 따로 없다.

참가자미가 경주시를 상징하는 물고기(市魚)가 됐다. 경주시의회가 관련 조례안을 통과시켜 당당히 경주시어가 됐지만, 상징 물고기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왜 하필 격(格) 떨어지게 '까재미냐'는 비아냥부터 신라가 황금 유물이 많은 황금의 나라였으니 금붕어로 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 모양이다.

경주는 감포부터 양남까지 44.5㎞의 해안선을 품고 있으나 바다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 참가자미의 시어 지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참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시의 나무가 소나무이고, 시의 별이 북두칠성인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개나리와 까치가 각각 시화(市花)와 시조(市鳥)가 된 것은 억지로 갖다 붙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개인적인 의견을 낸다면 시화는 연꽃이었으면 했다. 신라가 불교 국가였고 씨앗으로 천 년을 난다는 연꽃, 천년고도 경주와 궁합이 잘 맞는 느낌이다. 반월성과 안압지 첨성대 등이 있는 동부 사적지에 가면 경주를 대표하는 꽃, 연꽃이 지천이다. 또 까치는 애써 지은 농작물을 망치는 대표적인 해조(害鳥)다.

형산강을 따라 먹이 활동을 하는 두루미나 신라가 56왕이 났으니 왕을 상징하는 전설의 새 봉황(鳳凰)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참가자미의 시어 지정은 반가운 일이다. 오늘 참가자미회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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