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을 지키는 사람들] <7>임상병리사

피·인체조직·소변 검사, 환자 정확한 진단

최경화(45
최경화(45'왼쪽) 임상병리사가 혈청 분리기에 검체를 넣기 전에 검체가 든 튜브를 정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담당하는 검사 종류만 400여가지

채혈실에 하루 800~900명 다녀가

결과 판독의 많은 부분 기계 의존

장비'시약 관리가 주 업무로 변해

매뉴얼'기계 익히기까지 1년 걸려

진단 큰 역할 하지만 인지도 낮아

임상병리사는 환자의 분비물이나 혈액, 조직 등에서 이상 유무를 찾아낸다. 임상병리사가 하는 검사의 종류는 400여 가지에 이르고, 의사가 정확하게 처방을 내리면 완벽에 가까운 확률로 질병을 찾아낸다. 혈액검사나 소변검사 등은 물론 이식수술을 위한 조직적합성 검사나 수혈용 혈액을 관리하는 것도 임상병리사의 역할이다.

◆'감염 위험물' 검체 다루느라 예방 수칙 철저히

지난 23일 경북대병원 채혈실. 임상병리사가 환자의 팔에 고무줄을 매고 능숙하게 피를 뽑았다. 그는 모니터 화면에 뜬 의사 처방을 보며 각기 다르게 생긴 튜브에 혈액을 담았다. 혈액검사, 화학검사 등 검사 종류마다 혈액 채취 튜브 모양이 다르다. 임상병리사는 5분에 한 번꼴로 검체를 직접 검사실로 옮겼다. 채혈실에는 하루에 800~900명의 환자가 다녀간다. 피를 뽑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이 큰 환자들을 직접 대하는 탓에 환자들의 민원도 잦다.

채혈실 뒤편에는 화학검사실, 혈액검사실, 면역검사실 등 10개 검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판독 장비와 부수 장비 등 200여 대의 기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검체를 들고 현미경과 판독 기계를 바쁘게 오가는 임상병리사들은 마치 실험실의 화학자 같았다. 이곳 오정도(58) 의료기술실장은 "판독의 많은 부분을 기계에 의존하면서 장비'시약 관리가 임상병리사의 주된 업무가 됐 다"며 "출근하면 장비가 최적의 상태인지 확인하고, 퇴근할 때는 장비를 세척액이나 증류수로 씻는 등 세심하게 관리한다"고 했다.

병원에서 다루는 모든 검체가 감염 위험물인 탓에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비닐장갑을 끼고 검체를 만지던 한 임상병리사가 업무 틈틈이 손을 씻으며 "이 정도는 귀찮은 일도 아니다"고 했다. 그는 "사스가 유행했을 때는 매일 모자, 장갑, 마스크, 보안경까지 끼고 일을 했다"며 "화학 독극물인 시약이나 방사선을 다룰 때도 항상 마음을 졸인다"고 덧붙였다.

◆검체 판독은 장비가…장비 감독 담당

진단의학 장비가 운동선수라면 임상병리사는 감독이다. 검체 판독은 첨단 진단의학 장비가 하지만 임상병리사는 검사 전 처리나 검사 후 확인 등 판독 과정의 전반을 관리한다.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검사 전에 검체의 양을 확인하고 이물질을 걸러내는 것도 임상병리사의 몫이다.

검체 판독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한 임상병리사는 "기계가 내놓은 결괏값이 항상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판독 결과에 의심이 들면 반드시 직접 확인한다"고 했다. 육안으로 검체를 확인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색맹은 임상병리사를 할 수 없다.

장비가 최적의 상태인지 확인하는 '정도관리'도 임상병리사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검사실은 출근 직후, 24시간 운영되는 응급검사실은 8시간마다 한 번씩 정도관리를 한다. 또 다른 임상병리사는 "예민한 장비를 잘 다루고 돌봐야 하며, 정확한 검사를 위해 신중하고 엄격하게 검체를 관리하고 확인해야 하므로 꼼꼼한 성격이어야 한다"고 했다.

매뉴얼과 기계 작동법을 완벽하게 익히기까진 적어도 1년 이상 걸린다. 임상병리사들은 "진단에 있어서 우리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인지도나 위상이 크게 떨어져 속상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규직으로 취업해도 보통 1, 2년은 계약직 신분으로 일해야 하며, 개인 병원에서는 처우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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