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재(59) 구미 강남병원장은 솔직담백했다. 부풀려 얘기하지 않았고,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집안 사정이나 속내도 막힘없이 털어놨다. 그는 "오래된 친구가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부르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어떤 의미에선 삶의 폭이 좁다는 의미잖아요. 그러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좁아져요. 제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닌가 생각을 했죠." 그에겐 타인을 배려하고 직설적으로 자신의 뜻을 전하지 않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 배경 설명을 먼저 하고 자신의 뜻을 얘기하는 터라 인터뷰 시간도 꽤 길어졌다.
◆부동산 경기와 음치 탓에 인생 진로 바뀌어
김 원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었다"고 했다. "백지상태인 아이들을 잘 가르쳐 우리 사회의 동량으로 만든다는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고 싶었어요." 그의 마음을 돌려세운 건 초등학교 교사였던 누나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였다. "교대는 음악 실기 시험을 봐야 하는데, 난 그게 제일 어려웠어. 너 애들 다 음치 만들래?" 별 얘기 아닌 것 같았지만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전 정말 음치거든요. 애국가 부르기도 힘들어요." 은근한 설득은 적중했다. 그 길로 그는 초등학교 교사의 꿈을 접었다.
국립의료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하던 그를 사로잡은 건 정형외과였다. "정형외과가 수술 영역이 넓어요. 목 아래로는 정형외과에서 다 맡았으니까요. 인턴 생활하면서 보니 뚝뚝 부러진 뼈를 하나하나 퍼즐 맞추듯이 맞춰서 환자가 걸어나가는 걸 보니까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전공의 생활을 마치고 진로를 정하는 1991년. 서울로 가려던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폭등하는 전셋값이었다. "원래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으로 가기로 돼 있었어요. 그런데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서울에 반지하밖에는 전셋집을 구할 수 없는 거예요. 2년만 돈을 모으자고 구미에 왔는데 전셋값이 더 올랐어요. 결국 못 갔죠. 하하."
1994년 그는 구미시 원평동에 구미정형외과의원을 열었다. 간판도 제대로 못 걸었던 병원은 3개월 만에 하루 환자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환자가 밀려들어 하루에 수술을 6, 7건씩 하면서 외래 환자를 400명씩 진료했다. "화장실도 못 갔어요. 나중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실사를 나오기도 했어요. 개인 의원에서 하는 수술 범위를 넘어서는 데다 환자가 워낙 많으니까요."
그는 지난 2010년 병원급으로 확장을 결심했다. 그는 "급여가 줄어드는 걸 감수하고 따라와 준 직원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름도 강남병원으로 바꿨다. 현재 강남병원은 124병상에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전문의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300㎡ 규모의 최신식 재활치료센터도 갖췄다. 그는 "병원이 커진 만큼 빚도 많이 늘었다"고 웃었다.
◆환자 아프다는데 괜찮다는 의사 안 돼
김 원장은 "환자에게 당신 괜찮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환자는 아파서 병원에 온 거예요. 그러니 이상이 없다는 얘기는 하면 안 돼요. 괜찮으면 바쁜 시간에 돈을 내고 기다려 가면서 병원에 올 이유가 없는 거죠. 다른 검사로 확인하든지, 경과를 보면서 추가 검사를 해서라도 낫게 해줘야죠."
김 원장이 "실력이 있지만 인성이 나쁜 의사가 옳은가, 실력은 처지지만 인성이 훌륭한 의사가 좋으냐"고 물었다. 보통 실력을 우선하기 마련이다. 김 원장은 "이젠 대답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환자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없다면 환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서울 대형병원의 모든 의료진이 실력이 출중한 건 아니에요. 그래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요. 실력은 기본이겠지만 환자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인성이 정말 중요한 시대가 됐어요."
그는 "4, 5년만 지나면 정형외과 교과서가 바뀐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신 이론을 계속 습득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뜻도 된다. 그가 개원을 하고 단 한 번도 휴가를 못 간 이유다. 최신 이론을 계속 업데이트하기엔 김 원장이 맡은 외부 활동이 적지 않다. 6년째 구미시종합자원봉사센터 소장을 하고 있고, 구미시새마을지회장과 구미시장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정당에서 보건의료와 관련된 업무도 맡고 있다. 또 장학금 지원 등 교육 분야의 기부 활동을 20년 넘게 이어왔다.
그는 "사회 활동을 하면서 2가지를 배웠다"고 했다. "첫 번째는 누구나 각자의 분야에서는 전문가라는 겁니다. 사람은 다 평등하고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는 거죠. 그다음은 '사람은 다 초보다'라는 겁니다. 모두 오늘은 처음 살아보잖아요. 나이가 많다고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는 거죠."
그는 "지금이 은퇴할 시점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은퇴를 하면 뭘 할 거냐"고 물었다. 막힘없이 대답하던 그가 "물 한잔 마시고 얘기하자"며 머뭇거렸다. "구미시장에 출마할까 합니다. 행정 시스템을 금지된 것 외에는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nagative) 시스템으로 바꾸고 싶어요."
♣김봉재 원장
1959년 대구 출생. 심인고, 경북대 의과대 졸업. 정형외과 전문의. 강남병원 병원장. 전 구미 차의과대병원 정형외과 외래교수. 전 순천향대 구미병원 정형외과 외래교수. 자유한국당 중앙당 보건의료위원회 자문위원장. 구미시종합자원봉사센터 소장. 구미시새마을지회장. 구미시장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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