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산은 산, 꽃은 꽃

2014년 2월 여의도에서는 벚나무 벌목 사건이 발생했다. 벚나무 여섯 그루를 무단 벌목한 혐의로 60대 남성이 현장에서 붙잡혔다. 대한민국 국회 옆에 '일본 국화'가 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벌인 행동이라고 했다. 그는 벚꽃축제 대신 무궁화축제를 열어야 마땅하다며 벚나무 베어낸 자리에 무궁화나무를 심으려고도 했다.

벚나무는 봄의 전령사 가운데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워낸다. 분홍색'하얀색 꽃이 만발한 뒤 눈발 휘날리듯 떨어지는 벚꽃에는 마음 설레게 하는 화사함이 있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전국 곳곳에서 벚꽃축제가 시작된다. 그런데 원산지 논란과 역사성을 이유로 벚꽃축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더러 있다.

올해에는 바른정당의 홍문표 국회의원이 여기에 가세했다. 홍 의원은 27일 "벚꽃축제는 일제강점기 문화 통치의 수단으로 시작했다. 전국에서 열리는 '벚꽃축제' 명칭을 '봄꽃축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 역사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나라꽃을 주제로 하는 행사를 매년 개최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 벚꽃은 일본의 국화(國花)가 아니다. 정작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꽃은 국화(菊花)다. 대신, 벚꽃은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이고 일본 문화의 상징으로 취급받는 꽃이다. 그래서 조선을 점령한 일본인들은 한반도 곳곳에 왕벚나무를 심었다. 우리가 가로수로 흔히 접하는 왕벚나무는 당시 일본인들이 심어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본인이 조선 땅에 왕벚나무를 심은 의도에 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식민 지배에 대한 저항 의지를 꺾고 조선인들이 꽃놀이나 즐기라는 술책으로 심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왕의 거처인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하고 벚꽃놀이 장소로 조성한 데에는 일제의 간교가 있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왕벚나무는 일본인들이 자기 고향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냥 좋아서 심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제주벚나무가 왕벚나무의 원종(原種)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근거는 희박하다.

벚나무를 둘러싼 원산지 논란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이 세상 모든 벚나무의 원산지가 히말라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벚나무는 흔한 수종이었다. 팔만대장경의 상당수가 벚나무 목재로 제작된 것을 봐도 그렇다. 사람 간에 국경은 있어도 꽃에 경계가 있을 수 없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듯 꽃은 꽃으로 봐줄 때 가장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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