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전 건설 기술의 대명사' 美 웨스팅하우스, 파산보호신청

1886년 창립돼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역사를 써온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어쩌다 미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할 지경이 됐는지 관심이다.

미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라 파산보호신청을 하면 미국 법원은 해당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단시키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기업 정상화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전 세계 원전의 절반을 건설했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웨스팅하우스의 위상을 고려하면 믿기지 않는 일이다. 나아가 웨스팅하우스는 10여 년 전 비싼 값에 자사를 인수한 일본 모기업 도시바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웨스팅하우스는 1886년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교류전기 시스템을 판매하기 위해 창립한 기업이다. 원자로 제조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알려져 있다. 한때 가전제품은 물론 미국 CBS방송 등 방송사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며 잘 나갔다.

하지만 부실이 커지자 2005년 원전 부문 매각에 나섰다.

도시바는 물론 제너럴일렉트릭(GE)과 두산중공업 같은 원전 분야의 강자들이 인수경쟁에 뛰어들면서 웨스팅하우스의 몸값은 뛰어올랐다.

도시바는 당시 예상 매각가격 17억달러의 3배에 달하는 54억달러(약 6조원)를 써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매수가격은 웨스팅하우스 연간 영업이익의 37배에 달했다.

도시바의 품에 안긴 2006년만 해도 웨스팅하우스의 미래를 의심하는 시각도 드물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건설하고 전 세계 원전 가운데 절반 가까이에 원천기술을 제공한 원전건설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한국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 건설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전수 덕택에 시작됐다.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를 사들인 덕택에 프랑스 아레바, 미국 GE와 함께 글로벌 원전건설을 이끄는 선두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웨스팅하우스도 미국과 중국에서 잇따라 원전 수주를 하는 등 성공스토리를 한동안 이어갔다.

하지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6기 중 3기에서 멜트다운이 발생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멜트다운이 발생한 원자로 3기 중 2기는 도시바가 만든 것이었다.

사고 후 일본은 가동 중인 50개 원자로를 폐쇄했고, 다른 국가들도 원전계획을 재검토했다.

이에 따라 웨스팅하우스를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도시바 내에서 단기실적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이 강해졌고, 이는 2015년 회계부정 스캔들로 이어졌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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