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상북도의회에서 경북문화재단 설립 관련 제안이 있어 화제가 되었다. 예술행정 일선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긍정적 기대감을 숨길 수 없다. 실상 늦다면 너무 늦은 일이다. 세종시까지 포함해서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문화재단이 설립되지 않은 곳은 경북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1997년 경기문화재단 설립이 그 출발이었으니 어느새 20년가량 세월이 흘렀다. 광역문화재단들이 먼저 문을 열었고 뒤이어 전국 55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단이 만들어져 현재 대부분 잘 운영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이미 중앙집권적 문화행정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반드시 지역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문화행정이 이루어져야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이럴 때 그 존재감이 부각되는 것이 바로 지역문화재단이다.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문화재단을 문화정책 전달체계의 지역 거점이자 대화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때늦었지만 경북문화재단의 설립은 필연적인 시대적 요청이라고 하는 것이다.
경북문화재단 설립을 대전제로 했을 때, 짚어봐야 할 부분은 문화재단의 소재지이다. 이는 경상북도 전체의 균형발전이라는 견지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 경북도청이 안동'예천으로 이전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경북 북부지역이 새로운 행정과 경제, 산업의 거점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경북 북부지역의 발전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지역의 균형발전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적어도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 기능만은 경북 남부 및 환동해권 지역에 두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한편,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주관하고 있는 '재단법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향후 거취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 1996년 경북도가 천년고도 경주를 기반으로 우리 문화와 세계 문화의 교류를 통해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만든 엑스포재단은 그동안 우리 문화의 세계화에 큰 기여를 해왔으며, 명실 공히 '대한민국 글로벌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비 예산 지원 일몰법(sunset law) 적용으로 머지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위기에 놓여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명백한 손해이자 큰 낭비다. 그간 쌓인 운영 노하우를 사장하지 않고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만들어질 경북문화재단에 기존의 엑스포재단을 자연스럽게 흡수시켜 지금까지의 성과를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더욱 큰 조직 안에서 미래를 내다보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사정을 두루 살펴볼 때 경주는 경북문화재단이 닻을 내릴 최적의 장소이다. 명분은 충분하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경북 남부 및 환동해권에 대한 문화'예술적 배려가 첫 번째 명분이다. 경상북도의 균형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두 번째 명분은 대형 국제행사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재단법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의 활용이다. 어디 조직뿐인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는 문화센터공연장과 야외공연장, 솔거미술관, 화백컨벤션센터 등 여러 형태의 대형 공연'전시작품을 거뜬히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수준급 공연시설이 즐비하다. 경북문화재단이 엑스포재단과 함께할 때 이 막대한 시설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경북문화재단이 경주에 설립되면 경상북도 전체의 문화진흥을 위한 미션에 매진해야 한다. 뒤이어 각 기초지자체의 문화재단 설립을 유도하고, 문화재단이 조기에 안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재정이 열악한 지역문화재단의 문화사업이 활성화되도록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명실상부하게 경상북도 문화정책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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