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백마의 등을 닮은 '말등바위'
말 기운 받으려는 산꾼들로 '북적'
영남알프스와 계보는 달리하지만
정상은 경주 산내면과 경계 지점
오진리-정상-전망바위 원점회귀
산행 내내 운문천'운문호 조망 절경
청도 운문면에서 운문호를 끼고 진행하다 호수 끝자락에 이르면 왼쪽으로 조그만 마을이 하나 나타난다. 오진리 마을이다. 이 마을을 옹기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이 오늘의 목적지 옹강산(翁江山'832m)이다.
27산 10봉 3령으로 구성돼 있는 영남알프스와 계보는 달리하고 있지만 서북쪽 끝단인 문복산의 산맥을 이어받아 청도 서쪽까지 산세를 연결해주고 있다.
가지산, 운문산, 억산, 문복산 등에 밀려 청도 산의 주류에는 들지 못했지만 운문호 조망 산으로 유명세를 탔고 특히 정상 부근의 '말등바위'는 옹강산의 랜드마크로 등극했다. 이맘때쯤이면 말의 힘찬 기운을 받아가려는 산꾼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청도가 숨겨둔 명산 옹강산으로 올라 보자.
◆옛날 홍수 전설 간직한 옹강산
옹강산은 한자로 '翁江山'으로 표기한다. 군청 홈페이지 지명 유래엔 '홍수가 나서 다 잠기고 꼭대기만 겨우 옹기만큼 남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그렇다면 옹기를 따 '옹'(甕)이 되어야 할 것인데 노인을 뜻하는 '翁'으로 표기돼 있다. 어디를 찾아봐도 이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두 한자와 전설 사이에 공통분모가 있는데 바로 강(江)과 홍수에 대한 내용이다.
산 아래 오진리(梧津里), 소진(小津)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부터 강나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큰 비가 오면 운문천의 상류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홍수가 잦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지세에 운문호까지 들어섰으니 마을과 산과 물은 아마 수천 년 전부터 운명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한다.
◆산 아래 '바위그늘'은 선사 유적지
등산객들이 오진리를 주목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1993년 부산대에 의해 발굴된 '오진리 바위그늘' 유적 때문이다. 바위그늘은 선사시대 집터 또는 임시 주거지로 주로 물가나 산속에 위치해 펜션과 유사한 기능을 했다.
보통 기원을 따질 때 토층조사를 통해 그 연대가 밝혀진다. 오진리 유적에서는 빗살무늬토기 조각과 융기문토기가 발견돼 청도의 역사를 신석기까지 끌어올렸다. 융기문토기는 그 형태 특징상 신석기 초기까지 연원을 거슬러 학계에서는 구석기시대부터 청도에 인류가 거주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채집경제 시절 선사인들이 운문천에서 물고기나 조개를 잡고 옹강산에 올라 사냥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맨 밑 토층에서는 백합, 담치, 떡조개 같은 바닷조개도 출토돼 이 시기에 벌써 해안지방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을회관-정상-전망바위 코스 인기
옹강산 등산로는 들머리, 날머리, 원점 산행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원점회귀 산행이라면 오진리마을회관-정상-전망바위 코스를 권한다.
마을회관 앞 공터에 차를 대고 회관 왼쪽으로 돌아 개울을 건너면 리본들이 달려 있다. 들머리에서 40분쯤 오르면 능선과 만나고 이제부터는 정상(동쪽)으로 외길을 따라 진행하면 된다.
옹강산 산행의 이벤트 중 하나가 운문호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 호수 상류 쪽이라서 운문호 전경을 담을 수 없지만 옥빛 물빛을 가슴에 담으며 진행하는 산행은 산꾼들에게 큰 감성 이벤트 중 하나다. 오른쪽으로 운문천 경치와 한가로운 들녘 풍경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말 기운 받자" 말등바위엔 인파 북적
약간의 등락이 있긴 하지만 정상까지 가는 길은 대체로 평탄하다. 소나무가 우거지고 그늘도 짙어 산행 내내 피톤치드 샤워를 즐길 수 있다.
오진리를 출발한 지 2시간여, 드디어 말등바위에 도착했다. 암릉엔 거제산악회에서 온 산객들이 바위를 이미 점령하고 있었다.
"청도에 운문산, 가지산 등 메이저급 명산이 많은데 이런 무명 산을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물었더니 "100대 명산급은 이미 다 떼었고 요즘은 마이너급이나 테마 산행을 다닌다"고 말한다.
말등바위는 말 그대로 하얀 백마의 힘찬 등줄기를 닮았다. 하얀 암릉이 A곡을 이루며 힘차게 뻗어 말등에 올라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산객들은 "말 기운을 듬뿍 받았으니 올 1년 산행은 거뜬할 것"이라며 산세를 만끽한다. 정상은 말등바위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높은 고도를 가진 덕에 조그만 정상석을 얻었을 뿐 잡목에 가려 조망은 별로였다.
◆영남알프스'운문호 물빛은 추억으로
정상은 청도 운문면과 경주 산내면의 경계 지점. 오른쪽(남쪽)으로 진행하면 문복산으로 연결되고 동쪽으로 진행하면 산내면으로 떨어진다.
하산길은 570봉-휴양림-오진리마을회관 코스로 잡는다. 아직 산행객들이 많지 않아 길이 다소 흐릿한 편이다. 리본과 주 등산로만 찾아들면 1시간이면 마을까지 이를 수 있다.
북쪽 하산 코스로 잡아들어 1시간쯤 진행하자 휴양림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정표를 따라 30분쯤 내려오니 금곡지의 맑은 물빛이 나그네를 맞는다. 이제 다시 마을회관으로 향한다.
뻐근한 무릎 통증에 종아리가 땅겨오지만 운문호 물빛과 말등바위 하얀 암릉, 거기서 바라보던 영남알프스 산군들의 파노라마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