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흥] 놓치면 서운한 경북의 봄꽃

봄, 그대 꽃길 걷게 해줄게

지난해 의성 산수유꽃 아래서 기념사진을 찍는 아이들. 경상북도 제공
지난해 의성 산수유꽃 아래서 기념사진을 찍는 아이들. 경상북도 제공

김유신 장군묘 벚꽃 야경 황홀

불국사 입구에는 겹벚꽃 흐드러져

경산 반곡지 왕버드나무+복사꽃

의성 산수유 마을 노란 꽃 망울망울

엉덩이가 들썩이는 봄. 대구에 만족하기 어렵다면 경북으로 떠나자. 다채로운 꽃을 만날 수 있다. 너른 풍경과 맑은 공기도 덤으로 누린다. 꽃에 대한 유쾌한 탐닉이자, 삶의 자양강장제 같은 일탈을 경험할 수 있다.

1시간 내외로 갈 수 있는 곳 중에 경주가 단연 으뜸이다. 보문관광단지에 165만㎡ 규모의 보문호 주위를 벚나무가 감싸고 있다. 연못을 낀 정자 '보문정'은 필수 코스다. 꽃에 둘러싸인 정자가 아담하면서 운치가 있고, 벚꽃이 연못에 비치면서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불국사 입구 겹벚꽃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장미처럼 풍성한 꽃잎이 특징이다. 팝콘처럼 곧 망울을 터트릴 것 같은 모양이 인상 깊다. 김유신 장군묘의 벚꽃은 야경이 예쁘다. 경관조명을 받아 알록달록한 빛을 품은 꽃잎이 당장 쏟아져 내릴 듯하다.

지역 특산물과 관련한 꽃도 예쁘다. 과수가 열매 맺기에 앞서 꽃을 피운다. 경산과 청도의 복사꽃이 대표적이다. 사진 명소로 알려진 경산 반곡지는 주변 왕버드나무와 복사꽃이 조화를 이룬다. 수면에 비친 울창한 왕버드나무가 싱싱함을, 분홍색 복사꽃이 따뜻함을 준다. 청도 화양읍 유등리도 복사꽃으로 아름다운 마을이다. 자두 특산물로 유명한 김천의 농소면 이화만리 일대에선 자두꽃을 감상할 수 있다.

좀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경북 북부지역을 권한다. 요즘 절정인 의성 사곡면 산수유 마을은 꼭 들러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올해는 축제가 취소됐지만, 그래도 꽃은 피었다. 주차장과 식당 등 관광시설은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수령 300년이 넘은 산수유 3만여 그루가 4㎞에 걸쳐 장관을 이룬다. 큰 물줄기처럼 이어진 노란 꽃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사하다.

영주는 봄꽃이 종합선물세트다. 4월 하순이면 가흥동 서천제방길이 벚꽃으로 뒤덮인다. 대구에서 벚꽃 구경을 놓쳤다면 영주를 찾으면 된다. 북상하는 벚꽃을 쫓아서다. 비슷한 시기 봉현면 유전리의 사과꽃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5월 하순에는 풍기읍 소백산의 철쭉이 있다. 푸른 숲 사이에 철쭉이 선물처럼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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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경♣

꽃은 음식과 닮았다. 음식을 정성껏 담은 접시가 꽃을 떠올리게 한다. 색색의 음식재료가 화사한 꽃 색깔 같다. 맛있는 냄새도 꽃향기처럼 코를 간질인다. 침이 고이고 가슴이 뛴다. 꽃놀이 후 식사는 더 맛있다.

◆달서구 '정안정'

#첫맛은 화끈, 끝맛은 달콤 '동인동찜갈비'

지난해 2월 문을 연 대구수목원 근처 찜갈비 전문점이다. 대표 메뉴는 동인동찜갈비(1만5천원)이다. 냄비에 나오는 갈빗살이 쫄깃하면서 질기지 않다. 붉은 양념의 첫맛은 매콤하고, 끝맛이 달콤하다. 얼얼했던 혀를 단맛이 달랜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아이를 위한 메뉴도 있다. 어린이찜갈비(1만5천원)로, 간장 양념에 치즈를 올렸다.

밑반찬이 풍성하다. 배추 재래기와 잡채, 다슬기국, 버섯 절임, 백김치, 상추 등이 갈비와 잘 어울린다. 갈비를 먹은 뒤 볶음밥을 주문할 수 있다. 참기름을 듬뿍 넣어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갈비 양념에 부추, 김, 버섯을 넣어서 볶는다. 돼지갈비찜(1만2천원)은 가격 부담이 덜하다. 촌돼지찌개(2만'3만원)와 한우갈비살(2만2천원), 생삼겹살(9천원) 등 찜 이외의 음식도 있다. 달서구 화암로 73길 6. 053)631-8667.

◆동구 '홍천뚝배기'

#큼지막한 돼지 등뼈에 푸짐한 살 '쫄깃'

지저동 벚꽃터널의 북쪽 공항교 옆에 있다. 식당의 낡은 외관에서 역사가 느껴진다. 식사 시간에는 자리가 없어 한참 기다려야 한다. 얼큰한 뚝배기(7천원)가 인기 메뉴다. 큼지막한 돼지 등뼈에 살이 푸짐하게 붙어 있다. 고기가 푸석하지 않고 쫄깃하다. 무청과 배추 시래기도 푹 삶겨져 씹기 편한 식감이 있다. 밑반찬은 무 깍두기와 양파 간장 절임, 풋고추 등으로 간단한 편이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면 감자탕(1만4천~2만2천원)도 먹을 만하다. 등뼈와 감자 등 푸짐한 재료가 큰 냄비에 담겨 나온다. 비린 맛이 거의 없고, 담백하면서 칼칼하다. 쫄깃하고 담백한 소곱창도(1만9천원)도 있다. 24시간 영업을 한다. 바깥주인 김희목(58) 한국자유총연맹 동구지회장은 올해 '자랑스러운 동구인상'에 선정됐다. 장학금 기부와 쌀 나누기 등 꾸준하게 해온 봉사활동이 인정받았다. 동구 공항로 130. 053)983-0867.서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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