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아내와 함께 뉴욕의 최고급 호텔에 들른 적이 있다. 비슷한 이름의 호텔에 가는 길이었는데, 택시 기사가 착각해 잘못 내려준 덕분이다. 널찍한 호텔 1층을 헤매다가 뉴욕 상류층의 파티를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턱시도 차림의 남자들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으나, 여성들의 자태는 사뭇 달랐다. 여성들은 한결같이 금발에 늘씬했다. 얼핏 봐도 영화배우 뺨칠 만한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부자는 금발 미녀를 좋아한다'는 속설이 어느 정도 맞는 듯했다.
미국만큼 늙은 부자와 젊은 미녀의 결혼 소식이 주요 뉴스로 다뤄지는 나라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델 출신 영부인 멜라니아도 2005년 결혼할 당시, 억만장자와 24세 연하 섹시녀의 결혼이라며 엄청난 화제를 불렀다.
늙은 갑부와 결혼한 젊고 섹시한 여성을 일컬어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라고 부른다. 1989년 경제지 '포천'의 보도 이후 시사용어 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남자 입장에서는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해 몇 번의 결혼'이혼 끝에 부상으로 트로피를 받듯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얻었기에 성공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국의 젊은 여성들이 '부자 남자 만나는 법'을 그렇게 신봉하는 것을 보면 자본주의 종주국답다는 생각이 든다.
서양의 억만장자들은 결혼'이혼을 반복하지만, 한국에서는 은밀하고 비밀스럽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미녀를 얻는다. 이른바, 첩이나 세컨드, 내연녀로 불리는 이들이다. '본처가 있으면서 계속적인 성적 결합 관계를 맺고 있는 여자'다. 사랑도 있겠지만, 대부분 돈으로 여성의 성(性)을 사고파는 관계다. 지금도 재벌 총수 가운데 죽어봐야 첩의 수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인사도 있다.
얼마 전 롯데그룹 신격호 명예회장과 내연 관계인 서미경 씨가 검찰 수사로 인해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예전 같으면 낯 들고 못 다닐 일이었지만, 언론은 셋째 부인이라고 우대(?)했고, 호사꾼들은 모녀의 1천억원대 재산에 관심을 보였다. 인심이 너그러워졌는지, 가치관의 기준이 미국식으로 바뀌었는지 모를 일이다. 한 여성은 '돈 많은 남자 물어서 평생 잘사는 것이 젊은 여자의 꿈이 되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언론의 보도 태도는 욕먹어 마땅하다. 범죄자 혹은 말썽꾼의 은밀한 여성에 대해서는 내연녀라고 쓰고, 재벌과 관계있다고 셋째 부인이라고 칭했다. 이 정도 차별이라면 헌법소원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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