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삶의 터전은 볼거리가 아니다…『우포늪, 걸어서』

우포늪, 걸어서/손남숙 지음/ 목수책방 펴냄

창녕 토박이 손남숙 시인이 창녕에 안착한 지 13년, 우포늪에 관한 생태 에세이 '우포늪, 걸어서'를 펴냈다. 지난 2015년 시집 '우포늪'을 발간하고 2년 만에 새와 식물과 우포늪 사계 사진을 담아 수필집으로 묶었다. 이 책은 우포늪에 관한 가이드북이자 앨범, 생태북이라고 할 수 있겠다.

◆10년 넘게 창녕에 살며 생태 기록=그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포늪에 둥지를 틀고 사는 여러 생명체들을 만났다. 그리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우포늪의 순간순간들을 기록했다. 하찮은 풀 한 포기, 작은 곤충 한 마리도 그에겐 소중한 우포늪 생태계의 한 부분이었다. 순전히 우포늪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이 책에는 이미 사라져 버린 것, 그리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독자들이 우포늪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손 시인은 "다른 생명들보다 유독 새에 대해서 특별히 애착이 간다"며 "새에게서 다정한 마음을 느끼고, 새로부터 큰 위안과 기쁨을 얻는다"고 말한다. 새에 대한 관심은 인간들 때문에 안전하게 살 곳을 위협받는 걱정으로, 그리고 우리 곁의 소중한 자연과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포늪 생명길 코스 상세히 안내=이 책은 우포늪 생태 가이드북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우포늪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식물인 가시연꽃부터 나사말, 노랑어리연꽃, 마름, 세모고랭이, 물옥잠, 자라풀, 자운영 등 여러 가지 식물도 등장한다. 복잡한 생명체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관계 맺고 살아가는 늪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5장부터 8장까지는 우포늪 생명길 1코스부터 4코스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걷기 코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것들, 시인이 특별히 기억하는 것들, 독자들이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우포늪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9장은 걷기 코스에는 빠져 있지만, 시인이 개인적으로 꼭 들러보아야 할 곳으로 꼽는 쪽지벌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

시인은 가능하면 우포늪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배려하며, 느리게 조용히 두 발로 다가갈 것을 권한다. 우포늪을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생명연대가 이루어지는 여러 생명들의 삶의 터전으로 보라는 것이다.

◆관광 개발과 환경 사이서 늘 고민=시인은 늪과 늪에 사는 동식물들의 신비한 아름다움과 자연이 벌이는 놀라운 일들을 찬양하기도 하지만 늪에 거하는 생명들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인간의 간섭에 의해 급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에게 다음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연을 사랑해야 하는 것일까. 시인은 "우리나라의 생태관광은 생태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관광에 주력하기 때문에 자연이 늘 손해를 본다"고 말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손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생태 에세이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관광자원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자연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가능하면 우포늪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배려하며, 느리게 조용히 두 발로 다가갈 것을 권한다.

이 책 초판을 구입하면 '감정동 사람들'의 장서윤 작가가 그린 손그림 걷기 지도 엽서와 우포늪을 대표하는 동식물인 큰기러기, 가시연꽃,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따오기가 그려진 그림엽서 3종, 손남숙 시인의 사진과 시를 만날 수 있는 엽서를 받을 수 있다. 264쪽, 1만7천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