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심점 잃은 친박계…대구경북 정치권 '안갯속'

박 전 대통령 구속 결정타…친박 색깔 빼고 새판 모색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에 이어 구속까지 되면서 대구경북(TK) 정치권도 요동치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타를 새롭게 모색해야 할 기로에 선 것이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는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재기 불능의 상태에 빠지면서 구심점을 완전히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국회의원은 "지금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허탈해했다. 사실상 꺼진 촛불이 됐다는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전후해 당내 주류로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옛 친이(친이명박)계로부터 '왕당파'의 지위를 넘겨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친이계가 계파로서의 명맥이 끊어진 것처럼 친박계도 이제는 옛 친박계로 불릴 운명에 처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갔을 때,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자택을 나설 때 마중하거나 배웅했던 이들이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된다. 대구경북의 최경환, 조원진, 이완영 의원을 비롯해 서청원, 유기준, 윤상현, 김진태, 박대출, 이우현, 김태흠 의원 등이다.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이들 중 일부는 한때 강력한 '파워'를 드러내 보였지만 이제는 정치적 운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TK 친박 좌장이었던 최경환 의원 경우, 이미 사실상의 정치적 휴면 상태로 빠져들었다. 최 의원은 당원권 정지 3년을 받기도 했다.

최 의원 스스로도 목소리 내기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친박의 새로운 부상은 없다는 암묵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정치권 인사들은 평했다. 최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나타났을 때 언론이 관심을 보이면 "정치적 결집이 아닌 '인간적 도리'를 다하는 차원"이라고 답해왔다.

TK 정치권은 물론, 향후 한국당 지도부 역시 친박 색채를 빼는 시도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사퇴한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러 차례 "한국당은 이제 '친박당'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3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새로운 미래를 엮어갈 올바른 대통령을 뽑는데 더 선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현역 의원은 "한국당의 대선 후보는 대권뿐만 아니라 당권도 함께 쥐게 된다. 당분간은 대권 후보 중심으로 세 모으기가 이뤄질 것"이라며 "하지만 대선 국면의 후보 연대 과정 또는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또 다른 새판 짜기가 이뤄질 전망이어서 지금부터 TK 정치권은 완전히 안갯속을 걷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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