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속 박 前 대통령 이르면 내주 초 첫 조사

서울구치소 수감 이틀째…검찰, 19일 전에 기소 검토…TK 정치권 생존정글 내몰려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돼 31일 새벽부터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시작했다. 298억원 뇌물수수 혐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혐의 사실을 안고 있는 것은 물론, 유죄가 인정되면 최소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을 전망이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초대형 오점으로 남게 됐다.

대구 달성군에서 국회의원을 시작한 뒤 대통령에까지 오르면서 대구경북(TK)을 발판으로 한때 철옹성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거대한 정치 세력을 구축했던 박 전 대통령이 '뇌물 공무원'으로 지목돼 구속됨으로써 대구경북 정치권도 '대개편'이라는 태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31일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이 '한 푼도 개인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고 항변해온 박 전 대통령의 영장을 발부한 것은 비선 실세 최순실(구속기소) 씨와의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씨 혼자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고 해도 범행 계획의 수립, 실행 단계에서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면 법리적으로 '공동정범'인 박 전 대통령도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박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 포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비밀누설 죄목에 걸쳐 13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구속된 역대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와 공모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을 돕는 대가로 삼성그룹으로부터 298억2천535만원(약속 후 미지급금 포함시 433억원)을 최 씨,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주게 한 혐의(뇌물'제3자뇌물)를 비롯해 53개 대기업이 자신과 최씨가 사실상 '공동 운영'하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74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강요)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초 구속 후 첫 조사를 시작, 기소 전까지의 최대 구속 기간(20일)이 만료되는 이달 19일 전에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본격적인 재판은 5월 9일 대선 이후에 시작돼 1심 선고는 올해 10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뇌물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수뢰액 1억원 이상인 상황에 해당하므로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게 된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을 따르던 이른바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직후 "어린 자녀들이 부모를 잃은 마음"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으며 새로운 길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TK 정치권도 박근혜라는 거대 지주가 무너져내림으로써 초대형 태풍 속에서 생존점을 상당 기간 찾아야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관된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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