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 2013년 4월 1일 이 칼럼을 시작할 때 당초에 매일신문 문화부가 제안한 제목은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였다. 최종적으로는 '재미있는'이라는 말이 빠지고 '민송기의'이라는 말이 들어갔다. '재미있는'이라는 말이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전에 한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제목은 '재미있는'이라고 해 놓고 독자들이 재미없다고 생각할 때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잎새에 이는 바람과 같은 반응 하나, 댓글 하나에도 나는 괴로워한다.) 내 이름이 들어간 것은 여기에 쓴 말이 나의 생각이 담긴 나의 말이고,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4년간의 칼럼들을 관통하는 말에 대한 나의 기본 전제는 무균실이나 진공관 같은 곳에 있는 순결한 말은 없다는 것이다. 말을 할 때는 듣는 사람과 구체적 시공간과 같은 상황 맥락이 있다. 그래서 바른말 고운 말이라는 것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경상도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을 때 "이 문디!"라고 하는 것이 '문둥이'라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나 "이 나병 환자야!"로 순화하는 것보다 더 적절하다. 어떤 상황에서는 "염병하네!"라는 말이 "장티푸스를 앓고 있네."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절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나는 표준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좁은 의미의 '바른말 고운 말' 개념 대신 '바른말=상황에 적절한 말'과 '고운 말=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말'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때로는 이에 대해 '행복한 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앞에서 이야기한 새로운 바른말 고운 말 개념으로도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문제점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경우 듣는 사람이 불쾌해하고 모두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것일 수 있다. 반면 비방하는 말, 꼬투리 잡고 논란을 만드는 말은 하면 할수록 사회를 분열시킨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말' 외에도 '생산적인 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선거철이 되면 말들이 많아진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선거를 보면 생산적인 말보다 비생산적인 말들이 더 많았다. 한 예로 교육감 선거에서 뭘 보고 뽑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보수/진보 후보라서'라고 이야기를 한다.(이럴 거면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이용하는 NEIS 시스템으로 교육감을 뽑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학생 건강권이나 사교육 경감 대책, 입시 전략과 같은 쟁점들도 있고, 후보가 의전이나 신경 쓰는 불통 인사가 아닌지 하는 검증도 해야 하는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제대로 이야기되지도 못한다. 엄청난 액수의 국민 세금을 들여서 치르는 선거에서 나오는 말치고는 너무나 비생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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