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 전 대통령 사면 둘러싼 대선 주자들의 공허한 말싸움

야권 대선 주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놓고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지난달 31일 발언이다. 그는 "대통령이 된다면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이 사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사면)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의 뜻을 모으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도 사면 검토 여지가 있느냐"는 이어진 질문에 "국민의 요구가 있으면 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언급한 것", "국정 농단 세력과 연대해 정권 교체를 막겠다는 것" 이라며 안 전 대표를 공격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대선 후보들은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사면 불가 방침을 약속하자"고 거들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사면은 국민이 시끄러울 땐 잡아넣었다가 조용해지면 빼내 주자는 말"이라며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발상"이라고 했다.

참으로 공허한 말싸움이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이 요구하면 사면위원회에서 투명하게 논의할 사안이라고만 했다. 사면 가능성의 시사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사면 가능성 언급이라고 몰아세우니 '비약'도 이런 비약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안 전 대표에 대한 야권 대선 주자들의 비판은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유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 전 대표에 대한 문 전 대표 측의 비판 논리대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사법부가 유죄로 최종 판결해야 사면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사면은 절대 안 된다는 야권 대선 주자들의 말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탄핵 인용' 겁박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 전 대표도 경솔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면 문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재판이 끝난 다음에 할지 말지를 검토해볼 일"이라고 해야 했었다.

지금은 이런 공허한 말싸움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할 때가 아니다. 그런 것 말고도 대선 주자들이 고민해야 할 국가적 현안은 넘쳐난다. 경쟁을 하되 제대로 경쟁해야 한다. 국가적 현안에 대한 정책 경쟁이 바로 제대로 된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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