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은 독자적 진화경로 밟아 살아남은 최고들"
"삶의 본질은 '성취'가 아니라 '살아감'이지만 우리는 성취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삽니다. 이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정용석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교수가 3일 매일신문 11층 강당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선택'을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멍청한 검프는 선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인생을 끌고 가지만 훌륭한 인생을 산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는 IQ 75의 지적경계인의 무(無) 선택과 성취를 지향하는 엘리트의 선택 사이의 대조를 보여주는 훌륭한 영화"라며 "이 영화를 통해 삶의 본질은 성취가 아니라 그저 사는 것임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는 강의에서 '자연 선택'을 강조했다. "자연 선택에는 어떤 의도도 개입되지 않는다. 이는 기회비용과 선택 이후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요약했다. 그는 "현존하는 '나' 역시 자연 선택을 받은 존재다. 자연은 자연에 순응하는 개체를 선택했고 우리는 선택된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자연이 선택한 최종 결과물이며 우리가 살아 있는 목적을 두 가지로 축약하면 결국 '생존'해 '번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결혼에 대해서 "번식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의 동맹 조약이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가 결혼하는 이유는 번식을 위함"이라며 "우리가 성을 탐닉하는 이유는 개체 수를 증가시켜 생존 영역을 넓히고 결국 개체가 살아남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라고도 했다. 그는 "현존하는 모든 종은 각자가 가진 독자적 진화 경로에서 살아남은 최고들"이라며 "즉 진화의 개념은 더 나은 쪽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양한 개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연 선택과 달리 인간이 의도를 갖고 고르는 '인위 선택'은 인간의 예측에 근거한다"며 이렇게 평했다. "인간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어떤 것도 바르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시 '가지 않은 길'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습니다.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은 것입니다.'"
정 교수는 하버드대 의과대를 졸업한 후 오스틴대에서 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미생물학회 바이러스분과위원장, KIST 객원선임연구원, 대한의생명과학회 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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