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행사 '1억 줄게' vs 지주 '3억 달라'…0.9평 보상금 전쟁

수성구 신축 아파트 인도, 보도블록 설치 놓고 공방…입주민·상가 상인 골머리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신축 아파트 상가에서 부동산중개사무실을 운영하는 김모(40) 씨는 며칠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출근해 보니 사무실 앞 보도블록이 뜯기고 '통행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3㎡(0.9평) 규모의 인도를 소유한 지주와 이 아파트 시행사가 수년째 보상금 공방(본지 2016년 12월 15일 자 1면 보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김 씨는 "사무실 앞을 찾아와 '남의 땅에 왜 보도블록을 설치했느냐'고 항의하곤 하던 지주가 결국 다 뜯어냈다"며 "영업에도 방해되고 주민 통행에도 불편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보도블록 갈등이 재차 불거진 것은 땅 지주가 재산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과거 5천만원을 보상금으로 제시했던 시행사는 1억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지주는 "3억원 이하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과거 교육사업을 하다 외환위기로 재산 대부분을 잃었다는 지주는 "가족들에게 손을 벌려가며 겨우 지켜낸 마지막 재산인 만큼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아파트 입주민들과 상가 상인들은 하루 빨리 양측의 갈등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지주의 재산권 행사를 막을 도리는 없다. 현재 인도로 이용되는 탓에 시행사가 보도블록을 설치했지만 건축용도상 '대지'로 분류된다. 지주가 보도블록 설치를 막는 행위가 불법이 아닌 이유다. 다만 해당 지역이 미관지구로 분류돼 펜스, 철조망 등 지장물은 설치할 수 없다.

시행사 측은 파헤쳐진 보도블록을 마냥 놔둘 수 없어 일단 급하게 복구를 했다. 시행사 대표는 "갈등을 하루 빨리 해결하고 싶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보상금으로 1억원까지 생각하고 있다. 제발 합의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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