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한 방향으로만 흐르던 대구경북(TK) 표심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지(之) 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충성 표심에서부터 죽어도 문재인은 안 된다는 심리가 반영된 전략적 선택, 이번엔 바꿔야 한다는 야권을 향한 손짓까지 대선 때마다 한 방향으로 쏠렸던 TK 표심이 분산되고 있다. 보수의 구심점이었던 TK 표심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파면'구속되고, 보수세력이 둘로 갈리며 궤멸 위기에 몰리자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갈 곳 잃은 대구 표심
택시기사 민부기(47) 씨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가시밭길인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왔기에 서민들을 잘 이해하고 고통을 덜어줄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평생을 대구에서 살아왔지만 이번에는 문재인을 찍겠다"고 했다. 이명규(56) 경영텍스 대표는 "대한민국 적폐를 깰 적임자인 문재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배기하(35) 변호사도 "이제껏 보수 후보에게 투표를 했지만 이번만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문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도지사가 문재인 후보에게 패하고 홍준표 후보가 지지세 확장에 한계를 드러내자 TK의 시선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향하고 있는 기류도 감지된다. 서문시장 씨앗호떡 상인 조대준(49) 씨는 "패거리 정치를 해온 문재인은 일단 안 된다는 생각이다. 주변에 친구들도 사표는 방지해야겠고 문재인 되는 건 막아야 하다 보니 덜 좌파적인 안철수를 찍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이상호 경대연합외과 원장은 "대구 쪽 분위기는 아무래도 문재인은 안 된다는 게 지배적인 만큼 안철수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
대구는 그래도 한국당이란 정서도 여전했다. 대구시 공무원 A(58) 씨는 "대구의 정치 뿌리가 한국당 아니냐"며 "한국당이 잘못한다고 국민의당, 민주당 후보를 찍는다는 것은 자식이 실수 좀 했다고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교사 박모(42) 씨는 "진주의료원 사건과 평소 언행을 보니 결단력 있어 보이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홍정규(84) 씨는 "워낙 많은 얘기가 나오지만 마땅한 후보가 없다. 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세헌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대선과는 달리 TK에서 확실히 지지할 후보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대구에서 유승민 후보가 배신자라는 프레임에 고전하고 있는데 이런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치적 무관심이 커진 경향도 엿보였다. 서비스업 종사자 김수정(49) 씨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 맘에 드는 후보가 있지만 찍은들 당선은 불가능하다"며 투표 포기 의사를 밝혔다. 동성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전철효(28) 씨는 "청년 취업도 제대로 보장해 주지 못하는 나라인데 누가 되든지 바뀌겠는가? 현재로서는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투덜댔다.
◆분산된 경북 표심
경북의 상황도 대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항의 회사원 권혁민(42) 씨는 "대통령은 완벽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가장 덜 나쁜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문재인을 선택하려 한다. 이제껏 지켜본 그는 적폐 청산을 위한 민주정권의 적임자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구미의 주부 김성희(52) 씨도 "문재인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고 했다. 안동의 대학생 이호석(21) 씨도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그와 관련된 정치인과 정당은 아주 싫고 혐오한다. 문재인 후보가 가장 대통령에 적격일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의 주부 김복선(46)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 대통령 선거 자체가 의미가 퇴색해 버렸다"면서 "그래도 선출해야 한다면 때가 덜 묻은 안철수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구미에서 중소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숙(47)씨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다. 평소 보수성향의 후보를 지지해 왔지만 이번 선거에는 보수 후보를 지지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없어 차선책으로 문제인 후보의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찍을 예정이다"고 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박후식(68'포항) 씨는 "그래도 우리 지역 정서로 보면 홍준표 후보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현안에 대처하는 능력도 검증돼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는 데 딱 맞는 후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홍 후보처럼 추진력 있고 강단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안동의 농민 김중열(64) 씨는 "당연히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찍겠다"며 "보수의 대표주자인 홍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지역 정치의 정통성을 이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미중앙시장 상인 장철진(58) 씨는 특히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 가운데 한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다. 보수세력이 이대로 무너져 내리게 두고 볼 수 없는 만큼 죽기 살기로 보수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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