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중소기업 시대의 선결조건

얼마 전 '중소기업청 경북북부사무소' 개소식에 초청돼 다녀왔다. 200여 명에 이르는 지역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해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다.

관계자 얘기로는 경북 북부지역이 대구와는 거리가 멀어 중소기업 지원을 받고자 해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가까이에 사무소가 생겨 그 기대감이 반영된 게 아닌가 했다. 물론 "거리가 멀어도 직접 가지 않고 PC나 휴대폰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또 얼마든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데 거리가 무슨 장애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이 소상공인 데다가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고, 또 이와 무관하게 직접 담당 공무원을 만나 상담하다 보면 세세한 내용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어서 해당 사업에 처음 참여할 때는 직접 상담을 받고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날 행사장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인도 "이제 편하게 자주 들러서 사업 고민도 털어놓고 지원도 받아야겠다"고 기대를 나타내면서 "이왕이면 직원도 많고 사무소보다는 별도의 지방청이 생겼더라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텐데"하고 아쉬워했다.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중소기업이 중요하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시대'를 만들어야 우리나라가 성장할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 전문가 등 너나 할 것 없이 주장해 왔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대기업이 운영하던 조선업과 해운산업의 위기를 보면서 대기업이 대내외 위기에 얼마나 취약하고, 파산 시에는 우리 경제와 일상에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우리는 체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그래서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중소기업이 잘 성장하여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2016년도 우리 지역의 대기업 수출은 14.1%나 줄었지만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수출은 4.5% 늘었다고 하니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오히려 대기업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중소기업 전담부처인 '중소기업청' 조직 규모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중소기업청은 소상공인에서 중소'중견기업까지 창업에서 자금'R&D'수출 등 광범위한 지원을 하는데, 대구경북을 관할하는 직원 수는 40여 명 남짓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구경북의 중소기업 수가 40만 개 정도니까 직원 1명이 1만 개의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꼴인데, 이래서야 말뿐인 '중소기업 시대'가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중소기업청을 부(部)로 만들어서 제대로 된 중소기업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중소기업청 조직 확대는 수차례 얘기가 나왔다가 어느 순간엔가 힘의 논리에 밀려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전국 350만 중소기업인, 1천400만 근로자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또한 중소기업청 조직이 작아서 여성기업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는데, 이번에 중소기업부가 되면 국이나 적어도 과 단위의 전담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기업은 전국에 138만 개로 전체 중소기업의 38.9%에 이른다. 단순히 여성기업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인공지능'생명과학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시대에는 다양성, 유연성, 창의성이 뛰어난 여성의 경제활동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여성기업의 성장을 촉진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일자리도 늘려서 지금의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데 여성기업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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