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약집도 없는 대선판, 국민은 뭘 보고 판단하란 것인가

대선판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투표일이 한 달도 안 남았지만 후보 간 인신공격만 판을 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서 특히 심하다. 문 후보는 안 후보에 대해 '조폭 연루', 안 후보 부인의 교수 채용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안 후보는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음주 교통사고 은폐 의혹 제기로 맞선다.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할 것도 있다. 차기 대통령으로서 도덕성이 있는지를 국민이 판단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이 의혹 제기에만 올인한 채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이들을 포함한 여야 대선 주자들은 분야별로 공약을 발표하긴 했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이고 고립적이란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이는 다른 공약이나 당론과 모순되거나 충돌하는 것은 물론 화급한 국가적 과제에도 배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국가부채 감축이 시급함에도 재정 지출의 대폭 증가를 의미하는 문 후보의 공무원 81만 명 증원 공약이나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반대임에도 안 후보는 찬성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단편적 공약 발표로는 그 공약이 다른 공약과 어떻게 연계되며, 각 공약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어떤 상(像)을 형성하는지 알 수 없다. 여기서 이 소리, 저기서 저 소리 하는 것은 국민에게 혼란만 안겨줄 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공약집이다. 그게 있어야 후보의 비전과 정책을 종합적으로 비교하고 검증해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야를 막론하고 아직 어떤 후보도 공약집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각 후보 측은 짧은 대선 기간에 경선을 치르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 국민은 무능한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