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나의 뿌리, 긍정의 역사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나의 작가적 정신과 쓰고자 하는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난 역사극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말했고 그러던 중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하기 전 내가 역사극을 쓰고자 했던 계기부터 이야기한다면, 그건 바로 '김장훈'과 '독도' 때문이었다.

가수 김장훈이 독도 지킴이로 나서며 쉼 없이 운동을 하는 모습에 뜬금없이 궁금증이 생겼다. 저 사람에게선 어떻게 저런 애국심이 나오는 것일까? 저 사람의 행위를 보며 SNS 버튼을 누르는 나의 행동도 애국인가? 왜 저 사람은 특별해 보이는 걸까? 긴 시간 동안 나는 애국심에 대해 정의할 수 없는 의문들로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던 중 나의 조언자인 오빠와 차를 한잔하다 오빠의 한마디에 내 머릿속 가득했던 의문들이 순식간에 해결됐다.

"일본강점기에만 독립운동가가 있었던 건 아니야. 어느 시대나 존재해. 그리고 그들은 모두가 나라에 살던 사람들이었어. 국민. 국민에게서 애국심이 사라지는 순간 나라가 사라지는 거니깐!" 애국심이 사라지면 나라가 사라진다! 통쾌한 순간이었다. 특별한 사람만이 갖는 것이 아니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그렇다면, 난 글로써 지키자!

원점으로 돌아가 인터뷰에서 나는 그 소신으로 나의 작품 방향성에 대해 밝혔다.

"긍정적이고 위대한 우리나라 역사를 쓰고 싶습니다. 숱한 전쟁과 식민지 현실에서도 긍지를 버리지 않고 나라를 지키려고 싸운 조상님들! 지금도 싸우는 사람들!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에도 밀리지 않는 위대한 업적을 가진 위대한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역사를 쓸 것입니다!"

바로 그때 지금도 잊지 못할 반론이 상대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분의 반론은 이러했다.

"역사는 비극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후손들이 보고 깨닫기 때문이죠! 그러니 지금껏 역사극이 부정적인 것입니다! 역사극은 긍정적이면 안 됩니다! 긍정적이면 배울 게 없으니까요!"

역사란 내 부모, 그 부모의 부모까지 이어져 만들어진 것인데 그런 역사를 비극적이고 부정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인가? 작게는 나의 일생 나의 후손에게 역사로 남을 것인데 나의 긍정적 역사는 버리고 부정적 역사만을 배우고 가르치게 하란 말인가?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우리의 자긍심은 밝고 건강한 과거로부터 온다. 내 부모가 자랑스러우면 나 또한 기쁘고 자부심이 생긴다. 물론 사람의 일생도 다사다난한테 나라에 태평성대만 있겠는가? 다 국난의 상황에서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빠져 나약한 국민이길 자처하지 말고 그 속에서도 지키려고 싸웠던 위대한 역사를 보며 내 뿌리에 자부심을 느끼길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나 자신을 위대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라 믿기 때문이다.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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