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은 인간을 비롯한 유기체가 호의에는 호의로 보답하고 배신에는 배신으로 되갚는 '호혜적 이타주의자'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것이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 이론이다. 이는 자기 이익의 합리적 추구가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결과를 낳지만, 게임이 거듭될수록 상호 협력이 모두에게 이익이 됨을 보여준다.
공범인 두 범죄자가 있다. 서로 격리돼 심문을 받는데 이들에겐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우선 두 사람 모두 자백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 경우 모두 가벼운 형량(예를 들면 2년형)에 그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자백을 거부했는데 다른 사람이 자백하면 이 배신자는 모두 입을 다물었을 때보다 더 가벼운 형량(1년형)을 받는다. 그러나 배신당한 사람은 가장 많은 형량(10년형)에 처해진다. 다음은 둘 다 자백하는 경우다. 이때는 상대방이 배신하고 자신은 자백을 거부했을 때의 10년형보다는 가볍지만 서로 협동해 자백하지 않았을 때(2년형)보다는 더 무거운 형량(6년형)을 받는다.
합리적인 죄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배신이다. 공범이 내게 협동해 자백을 거부할 경우 나도 그렇게 해 가벼운 형(2년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백해 배신하면 나는 더 가벼운 형량(1년형)을 받는다. 반면 내가 자백하지 않으면 나는 가장 무거운 형량(10년형)을 받는다. 그래서 공범이 배신하면 나도 배신하는 것이 낫다. 둘 다 자백 거부로 협동했을 때(2년형)보다는 많지만 내가 배신당했을 때(10년형)보다는 적은 형량(6년형)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방이 어떻게 하든 배신하는 것이 각자에게 더 이익이다. 그 결과는 상호 배신이다. 그러나 이는 일회성 게임의 결과일 뿐이다. 누적 실행했더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바로 상호 협동이다. 처음에는 배신이 가장 득이 되는 전략이었으나 이어진 게임에서 계속 보복당하면서 배신은 '진화'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에게 속고 이용당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를 놓고 박 전 대통령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진술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배신' 전략이다. 단발성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는 상대방이 어떻게 하든 배신이 최고 전략이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국정 농단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국정 농단 자체를 부인해온 기존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게 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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