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 상당수가 취업문을 뚫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겠다는 기업이 많아서다. 경기 악화로 최근 몇 년 동안 신규 채용을 늘린 대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로 취업 환경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문은 좁고 구직자는 넘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200곳 중 45곳(22.5%)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더 줄이거나 뽑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의 11.6%, 지난해 3월 조사 때 보인 11.5%보다 두 배 더 많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아직 채용 계획을 결정하지 못한 기업 74곳(37%)까지 포함하면 실제 채용을 안 하거나 줄이는 대기업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상황 악화(34.2%) 때문이다. 한마디로 불확실한 기업 환경이 투자와 채용 모두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영업이익률도 개선되는 추세인데도 많은 대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것은 그만큼 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하고 무역 마찰 등 대외 변수가 많다는 소리다.
투자를 늘리고 사람을 더 많이 뽑는 것은 기업의 판단이다. 기업 환경이 안정되고 이윤이 조금이라도 남겠다는 계산이 서면 모험을 해서라도 설비를 들여오고 고용을 더 확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대선에 나서는 후보마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거나 중소기업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에 맞춘다며 매달 몇십만원씩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약속만 해댄다. 과연 이런 대책이 일자리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밑밥만 잔뜩 뿌리면 고기가 저절로 잡힌다는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지금처럼 기업이 몸을 사리는 것은 국정 공백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불투명하고 투자할 여건이 전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기업 경영 안정과 경기 회복을 위한 기반 조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땜질식 단기 처방만으로는 일자리난을 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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