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생명마저 위협받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지난해 12월 경산의 한 편의점에서 30대 아르바이트 직원이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고작 몇십원도 안 되는 봉투값 때문에 5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렀는데도 편의점 직원은 사방이 거의 막힌 편의점 계산대 구조 때문에 피하지 못해 참변을 당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이하 알바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의 을 중의 을이다. 최저 수준의 임금에다가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게다가 심야시간대 혼자 일해야 하는 근무 특성으로 인해 편의점 알바 노동자들은 범죄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00~400건의 편의점 강력 범죄가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부분의 편의점들은 효과적인 공간 활용이라는 명목 아래 디귿자 모양의 계산대 안에서 근무자들이 일하도록 하고 있다. 위험이 발생해도 도망가기 마땅찮은 공간 안에서 알바 노동자들은 진상 고객은 물론이고 범죄자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현재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는 경찰 신고와 CCTV가 고작이다.

이들의 인권 또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알바노조편의점모임이 지난해 알바 노동자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7%가 폭언'폭행을 당했으며 9%는 손님과 점주'동료로부터 성폭력'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편의점 본사들은 알바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에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경산 편의점 살인과 같은 범죄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재발 방지책이 시급하다. 편의점 본사는 비상 탈출구와 아크릴 가림막, 내부 잠금형 계산대 같은 장치 설치 등 근로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비상벨과 전화신고, CCTV만으로는 편의점 범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경찰도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도 편의점 내에서의 인권 보장과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을 입법 등을 통해 내놔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