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GIST 출범 14주년] 대구경북 신입생 20%…지역밀착大로 거듭나야

유니스트·지스트보다 더딘 성장…교원 96명, 경쟁 대학의 30%, 학생 선호도·연구 역량 부족

디지스트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디지스트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2004년 국책연구기관으로 출범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하 디지스트)은 2011년 대학원 석'박사 과정, 2014년 학부 과정을 잇달아 개설하면서 대구경북 기반의 과학기술특성화대(이하 과기특화대)로서 지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출범 14주년을 맞은 지금, 대학 안팎에서 '더딘 성장'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최근 손상혁 제3대 총장이 새롭게 취임한 것을 계기로 경쟁력과 인지도를 높일 대안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학사'연구'지역협력 모두 아쉬워

디지스트와 주로 비교되는 대학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과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이다. 디지스트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역사가 짧고 울산과 광주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지스트가 이들 대학에 여러 가지 면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연구 역량 부족이다. 연구 역량은 과기특화대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이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전임교원 1인당 논문 실적에서 디지스트는 0.72로 지스트(1.03), 유니스트(0.94)보다 떨어진다. 이 지표는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과 스코푸스(SCOPUS) 학술지 실적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지역 교육계 인사 A씨는 "디지스트는 연구기관으로 시작하다 보니 연구원 비율이 타 대학에 비해 상당히 높다. 특히 초창기 IT 특정분야 연구원을 대거 뽑아 연구의 다양한 스펙트럼 차원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교수 충원도 최근에 대거 이뤄져 뚜렷한 연구 실적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기관'산업과의 미흡한 연계 협력도 도마 위에 자주 오른다. 디지스트 정관에는 '지역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표현이 있지만 실질적 협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이다. 교육계 인사 B씨는 "테크노폴리스에 다양한 정부출연기관 분원, 지자체 기관이 있지만 개별 협력이 대부분이고 이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노력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산업 공헌이 낮은 데다 이마저도 대구에 집중돼 있어 경북도의 불만이 크다"고도 했다.

반면 지스트는 지역 CEO포럼이나 기술 분야 아카데미 등을 통해 광주권 중견'중소기업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기술 이전이나 사업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총장이 지역 행사에 거의 빠지지 않으며 지역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니스트의 경우도 울산시의 과학기술사업에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의 선호도 역시 경쟁 대학에 뒤처진다는 후문이다. 디지스트 출신 한 인사는 "과학고로 따지면 유니스트와 지스트에는 내신 2, 3등급이 몰리지만 디지스트에는 3, 4등급이 많다"며 "지역 출신 신입생도 20% 안팎에 그쳐 우수 인재 유출을 막는다는 당초 취지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규모 키우고 지역 연계 강화해야

교육계에서는 경쟁 대학보다 작은 규모를 '더딘 성장'의 원인으로 꼽는다. 시너지 효과를 통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디지스트는 인력 251명, 재학생 1천237명으로 유니스트(인력 545명, 재학생 4천494명), 지스트(인력 384명, 재학생 1천837명)에 크게 밀린다. 특히 교원의 경우 디지스트는 96명으로 유니스트 295명, 지스트 219명의 30~40% 수준이다. 디지스트 출신 한 인사는 이와 관련, "디지스트는 학부를 늦게 시작한 탓에 국립대 개념으로 출발한 유니스트나 20년 역사의 지스트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학교 규모를 키우려면 정부'지자체의 전폭적 지원과 디지스트 자체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와 교육에 대한 '투 트랙'(two-track) 방식도 논란거리다. 디지스트는 대학원 교수는 연구에 집중하고 학부 교수는 교육에만 집중하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가뜩이나 적은 교수 인력에 연구에 투입되는 인력마저 한정되면서 연구 역량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좀 더 내실 있는 육성 정책도 필요해 보인다. 국책기관 한 관계자는 "세계적 대학을 목표로 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밀착형으로 가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며 "디지스트 주변에 다양한 연구기관이 있는 만큼 실질적 협력 체계를 위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학사 및 연구기능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장기 로드맵 구상과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다른 연구단지와의 상호 연계도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디지스트가 경쟁 대학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시작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디지스트 측은 "경쟁 대학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비교할 만한 객관적 지표도 없다"며 "학생 수준 또한 아직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아 공식 자료를 낼 수는 없지만 국내 유수 대학과 비슷한 수준은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 부족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각급 기관'기업이 참여하는 '패밀리 테크 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해 애쓴 덕분에 13곳의 출자기업을 배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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