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점자도서관이 3층에? 엘리베이터·점자블록도 없어

이곳 저곳 셋방살이 신세, 계약 끝나 올 연말 또 이사

17일 오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송현역 3번 출구 앞 대구점자도서관. 제과점, 병원, 학원 등 함께 입점해 있는 점포들의 화려한 간판에 묻혀 점자도서관은 외부에서 알아보기조차 쉽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곳이지만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전무했다.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뿐만 아니라 위치를 확인할 점자블록마저 없다. 시각장애인들은 차가운 계단 난간에 몸을 기댄 채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손과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도서관이 있는 3층을 향해 내딛는 이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위태로워 보였다.

올해로 설립 21년째를 맞는 대구 점자도서관이 열악한 환경에 허덕이고 있다. 대구 유일의 시각장애인 전용 도서관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하루 200~300명 정도인 점자도서관 이용자 가운데 직접 방문하는 사람은 30여 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며칠씩 걸리는 우편 책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다. 시각장애인 A씨는 "3층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상가에 도서관이 들어서 너무 불편하다. 점자도서관 이용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자도서관을 운영하는 대구시 각 장애인연합회 측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확대를 호소하고 있다. 매년 시에서 받는 약 3억원의 지원금이 수입의 전부다. 이에 따라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셋방살이 신세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 자리도 올 연말 계약이 만료돼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대구점자도서관 조남현 기획관리과장은 "시각장애와 지체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분들이 적잖은데 이들은 사실상 방문이 어렵다. 도서관이 1층에 있다면 훨씬 이용하기 수월할 것"이라며 "타 시도에서 점자도서관을 독립 건물로 운영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구의 사정이 열악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지원 확대와 더불어 개선된 새 보금자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중구 수창동 중구보건소 터가 유력하다. 올 연말 중구보건소가 신축 건물로 이전해 빈자리가 생기면 해당 공간을 점자도서관 이전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해당 건물 1층 전체를 점자도서관에 내주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용객 불편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면적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도서관 규모가 커지는 만큼 내년도 예산에는 상황에 맞게 증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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