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매 할머니 웃음 되찾아 준 포항 공무원들

고향 떠나기 싫다며 나홀로, 매일 말벗·식사하며 정 나눠

치매 할머니를 친부모처럼 돌보고 있는 이상배(가운데) 동해면장과 주민복지팀의 이영선
치매 할머니를 친부모처럼 돌보고 있는 이상배(가운데) 동해면장과 주민복지팀의 이영선'김선희 주무관, 고연경 팀장, 이영서 주무관(왼쪽부터). 동해면 제공

지난 7일 국민신문고에 '감사드립니다. 칭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라는 사연이 하나 올라왔다. 사업상 잦은 해외 근무 등으로 치매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자책과 자신을 대신해 어머니를 정성껏 돌봐주고 있는 포항시 동해면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의 글이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아들은 어머니를 모시려고 수차례 설득했지만, 한사코 고향을 떠나기 싫다며 완강히 버티는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걱정이 앞서 밤잠도 설치던 그때 동해면 주민복지팀의 고연경 팀장, 이영선'김선희'이영서 주무관이 나섰다. 이들은 할머니(80)가 쌩쌩 달리는 차도 무서워하지 않고 도로로 뛰어들려 하고, 동사무소를 찾아올 때면 아무 이유도 없이 화만 잔뜩 내고 돌아가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지난해 12월 남편이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투병 끝에 지난 3월 숨을 거둔 뒤 할머니의 치매 증세가 더욱 악화됐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들은 서로 시간이 빌 때마다 할머니를 찾아 돌봤다. 말벗이 돼 주고, 식사도 함께하며 시간을 나눴다. 장기요양보호사가 할머니 집을 찾아 돌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는 새 할머니의 치매 증세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무렇게나 차도에 뛰어드는 일도, 사람들에게 덜컥 화를 내는 일도 사라졌다. 할머니의 치매 증세가 외로움 탓에 더욱 심해진 것임을 알기에 공무원들의 쉴 새 없는 방문은 무엇보다 좋은 치료제가 됐다. 공무원들이 집을 찾아올 때면 마치 객지로 나간 자식이 찾아온 듯 할머니의 얼굴에는 하루종일 싱글벙글 미소가 가득했다. 소중한 딸이 넷이나 생겼다는 즐거움이 만든 미소일 터.

글을 올린 아들은 "어머니 병환에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았는데, 고향에서 공무원들과 이웃분들이 많이 도와줘 걱정을 크게 덜었다. 고마움을 널리 알리고 싶어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다"고 했다.

김선희 동해면사무소 주무관은 "그저 어머니처럼 여겨져 찾아뵈었을 뿐인데 할머니의 치매 증세가 많이 나아져 기쁘다. 남은 여생을 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보살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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