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3일 책의 날-책 읽는 가족] 서울서 대구 이사 온 박시철 씨

하루 독서 2∼3시간…13살 큰아이 학원 안 가고도 영재원 합격

지난해 2천905권을 대출해 1인당 평균 581권의 책을 읽어
지난해 2천905권을 대출해 1인당 평균 581권의 책을 읽어 '책 읽는 가족'으로 선정된 박시철 씨 가족. 왼쪽부터 아빠 박시철(46세), 박서은(대구경동초 4년), 박경률(6세), 박정현(대구경동초 6년), 엄마 문정순(46세). 박노익 대기자

"2년 전 대구 수성구로 이사 왔을 때 많이 당황했습니다. 서울(송파구)에서는 그래도 아이들이 놀기도 하고 학원도 가고 했는데, 대구에서는 아이들이 학원과 공부밖에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아직 아이들이 어린데 하며 예전처럼 책을 읽히기로 했습니다. 요즘은 큰애가 필요하다고 해서 학원 한 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책 읽는 가족'의 엄마 문정순(46) 씨는 첫아이를 가졌을 때 독서를 통해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운 이야기를 듣고 감동을 받아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건설사에 다니는 아빠의 사정 때문에 강원도 원주, 부산, 서울, 대구 등지로 이사를 다녀야 했지만, 집을 구할 때 최우선 고려 조건은 '도서관과의 거리'였다.

"아이들이 어릴 때 매일 3~4시간씩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유치원에 들어갈 때부터 스스로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줄 때는 눈을 마주 보고 읽어주어야 효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빠 박시철(46) 씨는 "우리 가족들은 야외활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 보니, 자연히 도서관을 자주 찾게 되고 이런저런 책도 많이 보게 된 것 같다. 특히 서울에 살 때 5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어 도서관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말했다. 요즘도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도서관으로 가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감상한다고 했다. 그것도 공짜로.

박시철 씨 가족이 독서를 생활화하게 된 배경에는 평일에 TV 시청을 금지한 효과가 크다고 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도 TV를 보지 않는다. 자연스레 하루 2~3시간 정도는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을 여유를 만든 셈이다.

박시철 씨 가족이 지난해 특히 많은 책을 볼 수 있었던 것은 AR 프로그램(영어독서능력향상 프로그램) 덕분이다. 큰딸 정현(13)이가 이 프로그램에 등록하면서 (아주 분량이 적은) 영어책을 많이 빌렸고, 가족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횟수도 크게 늘었다.

"다른 지역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참신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처음 영어 공부는 이것으로 해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박시철 씨 가족에게 매일 오후 9시 이후는 가족독서의 시간이다. 엄마는 막내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빠와 첫째, 둘째 딸은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큰애가 올해 경북대과학영재교육원 융합과학과정에 합격했습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됐는데, 독서의 힘이 크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책 읽는 습관은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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