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선물용 산나물 뜯어오라 직원 출장 보낸 울릉교육청

울릉교육지원청이 지난해부터 평소 직원들이 업무 시간에 허위 출장을 가거나 주말, 휴일을 이용해 뜯어 말린 삼나물을 경북교육청의 학교장과 관련 부서 직원, 방문객 등에게 선물로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채취한 삼나물은 모두 170㎏으로, 200g들이 포장지 85개에 나눠 담아 모두 73명에게 홍보용 선물로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중 금액으로 따지면 삼나물값은 총 250만원으로 추정됐다.

이번 문제는 주민들의 제보가 없었으면 반복될 일이었다. 울릉교육청 직원 3명은 이달 10~12일에도 업무 시간에 농작물 무단 채취 단속을 이유로 출장 처리하고 학교 신설 부지에 산나물인 고비를 뜯으러 간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들은 지난달부터 이달 14일까지 11일 동안 하루 2, 3명씩 허위 출장 처리로 산나물을 뜯었지만 교육지원청은 최근 3일의 채취만 시인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실이 묻혔더라면 앞으로도 직원들의 거짓 출장과 산나물 채취 행위가 반복되었을 것이다.

교육청의 조직적인 개입 의혹도 있다. 주말과 휴일의 경우, 하루에 많을 때는 전체 직원 25명의 절반에 가까운 10명이 온종일 산나물을 뜯느라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과 휴일 산나물 채취에 나선 사람의 절반은 신규 직원이었다는 점도 조직적인 개입을 의심케 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까지 반납하고 신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볼 수 없어서다. 누군가 계획적으로 고비와 삼나물을 뜯도록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책임 있는 간부의 개입과 독려 없이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일은 한마디로 울릉이라는 특수한 섬 지역을 감안하더라도 경북 교육공무원의 무너진 공직 자세를 보는 듯하다. 산나물을 스스로 채취해 선물했으니 예산을 절감했다고 자화자찬하며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직원도 있는 모양이다. 어이없고 한심할 따름이다. 교육에 머리를 싸매도 모자랄 판에 방문객 선물을 위해 짜낸 가짜 출장과 산나물 채취라는 발상이 어처구니없다. 선물 명단에는 무시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경북교육청은 진상 규명과 함께 관련자에 대한 마땅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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