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녀다. 특히 어린 자녀가 갑자기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면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에게 발작이나 경련은 드문 증상이 아니다. 소아 10명 중 1명은 발작을 일으킨다. 아이가 발작이나 경련을 일으키면 부모는 우선 뇌전증(간질)을 의심한다. 어린 아이에게 일어나는 발작의 원인 중 뇌전증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대부분 발열이나 감염증, 머리 외상, 저산소증, 부정맥 등 발작의 원인도 다양하다. 변준철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아이들은 뇌전증으로 오인할 수 있는 다양한 비정상적인 행동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감별이 어렵다"면서 "뇌전증 유사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 중에는 치료가 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오인해 아무런 효과가 없는 약을 다량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자위행위
#생후 2개월에서 3세 사이 여자아이
#얼굴 붉어지고 다리 꼬아 비비기도
#자주 반복되면 회음부 이상 확인을
주부 A씨는 생후 24개월 된 딸의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는 가끔씩 얼굴이 빨개졌고, 땀을 흘리며 다리를 꼬고 앉거나 다리에 힘을 주며 비비기도 했다. 이따금 의자 모서리에 다리를 걸치며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다. 당황한 A씨는 병원에서 아이가 '자위행위'를 한다는 진단을 받고 한 번 더 놀랐다.
자위행위 또는 자기자극은 생후 2개월에서 3세 사이의 여자아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행동이다. 긴장하거나 지루할 때 갑자기 나타나고 수분 동안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성기를 만지거나 의식을 잃지는 않지만 마치 성관계를 할 때처럼 팔다리가 긴장되는 신체적인 행태를 반복한다. 이와 함께 얼굴이 붉어지고 발한과 신음, 불규칙적인 호흡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이런 행동은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3세를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지만 너무 자주 자위행위를 하는 여자아이라면 성적 학대나 회음부의 이상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청색형 호흡정지 발작
#울다가 호흡이 멈추고 청색증·경련
#6개월에서 6세 사이 흔하게 나타나
#뇌손상 위험은 적어 장기적 치료를
주부 B씨는 세 살 난 아이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는 한번 울기 시작하면 뒤로 넘어갈 정도로 심하게 울었다. 심하게 울다가 숨을 멈추고 입술이 새파래지다 몸이 뻣뻣해졌다. 깜짝 놀라 아이를 주무르며 1, 2분 정도 기다려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청색형 호흡정지 발작은 6개월에서 6세 사이에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화가 났거나 부모에게 혼난 후에 울다가 호흡이 멈추고 청색증과 반복적인 경련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호흡이 멈추면서 의식이 가물가물해지거나 몸이 축 처지기도 한다. 대개 1분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오랫동안 계속되면 몸이 뒤로 확 젖혀지거나 맥박이 느려지고 전신이 굳는 경우도 있다. 다만 호흡정지 발작 때문에 뇌가 손상되지는 않고 장기적으로 치료하면 예후도 좋은 편이다.
◆ 샌디퍼 증후군
#수유 중 고개 돌리고 빈혈'구토 반복
#드물게 열살 넘어서 나타나는 경우도
#제산제나 덜 자극적인 음식으로 치료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둔 주부 C씨는 수유 중에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는 종종 머리를 젖히거나 옆으로 굽히는 동작을 했고 젖을 토하는 일도 잦았다. 체중도 또래 아이들에 비해 덜 나갔다. 걱정된 B씨는 병원에서 '샌디퍼 증후군'(Sandifer syndrom)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샌디퍼 증후군은 젖을 먹던 아이가 머리를 가끔 젖히거나 옆으로 돌리는 행동이 특징이다. 보통 영아기에 나타나지만 드물게는 열 살이 넘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샌디퍼 증후군이 나타나면 아이는 발작적으로 고개를 삐딱하게 돌리고 빈혈이나 반복적인 구토, 식도염 등을 겪는다. 젖이 폐로 들어가거나 성장 장애, 반복적인 무호흡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뇌전증과 달리 항상 수유 중에만 일어나고 의식을 잃지 않으며 팔'다리에는 경련이 일어나지 않는 점 등이 다르다. 젖을 먹인 후에 아이의 상체를 세워주거나, 제산제나 덜 자극적인 음식을 먹이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심한 경우에는 식도염이 발생해 식도의 틈새탈장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 야경증
#잠에서 깨어 소리 지르고 식은땀 흘려
#5~12세 남자아이에게 주로 나타나
#30% 몽유병 동반, 대부분 저절로 나아
주부 D씨는 한 달 전부터 밤잠을 설치고 있다. 여섯 살 난 아이가 자정만 되면 깨어나 소리를 지르며 울거나 식은땀을 흘리기 때문이다. 심하게 몸부림을 치는 것은 물론이고 엄마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아이는 15분간 난리를 친 뒤에야 겨우 잠이 들었고, 아침에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뇌전증을 의심했던 D씨는 병원에서 아이가 '야경증'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야경증은 5~12세 남자아이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 시기 아이 중 1~3%에서 나타나고 가족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잠자리에 든 후 1, 2시간이 지난 자정에서 오전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아이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소리를 지르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몹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동공이 커지고 맥박이 빨리 뛰며 호흡이 가빠질 수 있다. 몸부림을 치거나 방 밖으로 달려나가지만 말은 거의 하지 않고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악몽을 꾼 것과 달리 다음 날 아침에 전혀 기억을 못 하는 점도 특징이다. 야경증이 있는 아이 중 30%가량은 몽유병도 함께 나타난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좋아지고, 아주 심할 경우에는 항우울제인 디아제팜이나 이미프라민을 단기간 복용할 수 있다.
변준철 과장은 "아이가 경련을 일으킬 때 동영상을 촬영한 뒤 의사에게 보여주거나 뇌파 또는 비디오 뇌파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변준철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