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현장학습 기회와 추억을 제공하기 위해 대부분의 학교들이 수학여행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과도한 비용이 드는 해외 수학여행을 강행해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더구나 저소득층 가정과 학생들에게 해외 수학여행은 '추억'보다 '상처'를 남기는 학교 행사가 되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사립 고교는 학생 475명과 교직원 등 모두 494명을 대상으로 3박 4일 일정의 수학여행을 보내기로 했는데, 학생 일 인당 비용이 오사카 115만원, 후쿠오카 105만원, 대만 95만원으로 책정돼 원성을 사고 있다. 숙소 등급과 식사의 질, 세부 프로그램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유사 패키지 여행 상품이 70만~8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비수기인 6월에 494명이 단체여행을 가는 만큼 더 낮출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학여행의 양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학생 일 인당 수학여행비가 가장 높은 고교와 가장 낮은 고교는 각각 448만원'2만5천원으로 격차가 무려 179배나 됐다. 상위 10개교와 하위 10개교의 평균 수학여행비도 232만원과 4만2천원으로 이 역시 55배 차이가 났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주춤했던 해외 수학여행을 재개하는 학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로서는 비용 부담이 크지만 자녀가 차별을 받을까 걱정돼 울며 겨자 먹기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저소득층의 처지다. 저소득층에 10만~20만원 안팎의 수학여행비 보조금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교육청'학교가 일부 있지만 이 금액으로는 해외는커녕 제주도도 못 보낸다.
교육 당국은 그래도 수학여행을 주저하는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수학여행 경비 지원액을 더 늘려야 한다. 교육청은 가이드라인을 정해 적정 수학여행 경비 책정과 집행을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학교들도 무턱대고 고비용 해외 수학여행을 고집하기보다 교육'체험 효과가 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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