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표심은 대선을 15일 앞두고 여전히 최선이 없는 상황에서 차선과 차악 사이에서 표류하는 경향이 강했다. 뚜렷이 지지하는 후보 없이 특정 후보 불가론의 부정적 표심이 대척점 후보의 지지율로 이어지는 복잡한 함수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TV토론 등 후보검증이나 말실수, 과거 전력 등 돌발변수에 따라 표류하는 TK의 지지율 롤러코스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덜 미운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민심은 여전히 강했다.
서문시장에서 구두수선일을 하는 80대 할아버지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부터 간다는데 절대 안 될 말이다. 아무래도 거리감을 좁힐 수가 없다. 6'25전쟁을 겪고 얼마나 공산주의자가 무서운지 경험해 본 우리 세대들은 문재인 당선은 상상할 수 없다"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택시기사 박모(64) 씨도 반문재인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박 씨는 "일단 문재인은 안 된다는 생각이다. 패거리 정치를 해 온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주변인들에 갇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덜 미운 안철수 쪽으로 투표를 하겠다"며 전략적 투표 의사를 내비쳤다.
직장인 박상희(45) 씨는 "유승민은 배신자라는 이미지가 너무 뿌리 깊고 홍준표는 호전적인 느낌이 난다. 그렇다고 야당 후보에게 표를 줄 수는 없다"며 "덜 미운 쪽에 투표를 하겠다"고 귀띔했다. 구미에 사는 주부 김모(55) 씨는 "심상정 후보는 여성이라서 싫다. 여성 대통령을 뽑아 나라가 이렇게 혼란을 지속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여성이 나라를 이끌어 가기에는 시기상조인 듯하다"고 했다.
▷사표 방지 표심도 엿보였다.
서구 평리동 주민 이상민(51) 씨는 "반문재인 정서 때문에 안철수 후보를 대안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안 후보는 지역 정서와 맞지 않고 정체성도 모호하다"며 "그래서 홍준표나 유승민도 생각해봤지만 당선될 것 같지 않아 선뜻 표를 주지 못하겠다"고 한숨지었다. 동성로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인성(38) 씨는 "대구경북은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있지만 아마 현실적인 당선 가능성은 적을 것 같아 아직 표 줄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대구가 놓인 상황이 좋지 않은데 지역개발 등 정책적인 부분에서 소외될까 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야권에 대한 지지세도 만만치 않았다. 변호사 A씨는 "어차피 안 될 후보 찍느니, 내가 찍는 후보가 확실히 당선돼야 투표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범보수 충성심이 살아날 것이라는 목소리와 바른 보수를 키워야 한다는 민심도 있었다.
중구 주민 이모(74) 씨는 "문재인은 싫고 가장 중요한 안보 측면에서 확실한 홍준표가 좋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옷가게 상인 김영양(54)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문시장에 많은 애정을 갖고 도와주셨지 않았나. 탄핵에 구속까지 됐지만 아직도 나이 많은 상인들에게는 그에 대한 고마움이 남아 있다. 그래서 홍준표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남구 이천동에 사는 박모(66) 씨는 "보수를 새 단장하고 지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언했던 유승민 후보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 사는 김준기(56) 씨는 "안 후보 지지는 문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결국 TK의 정통 보수 계보를 이어받는 홍 후보에게 민심이 결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갈 지(之)자 표심도 많았다.
대학생 김모(25) 씨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지만 안 후보의 두 차례 TV토론을 보면서 대북송금'햇볕정책 문제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였고 특별히 각인된 것이 없었다"며 "나머지 토론 등을 지켜보고 다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악기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8) 씨는 "지인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지지가 가장 많지만 나는 유승민과 안철수를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박지민(32) 씨는 "세월호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보수 후보는 안중에서 사라졌다"며 "진보 진영 후보를 선택해 국가와 TK 개조를 기대해 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박일건(43) 씨는 "지난번에도 문재인을 찍었지만 가장 믿음성이 가고 대세론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48) 씨는 "TV토론에서 좀 불안해도 중도 성향의 안철수가 적당한 것 같다"고 밝혔다.
▷TK 표심 10∼25%는 '샤이 박근혜'
서문시장에서 만난 50대 부부는 "이번 대선 후보들 중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아직 누구를 찍을지 정하지 않았지만, 투표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샤이' 보수표가 응집되는 기류도 감지됐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지켜본 TK 표심에는 그간 좀체 드러나지 않았던 10~25%의 '샤이 박근혜' 표심이 녹아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12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6석 전석을 휩쓸었다. 이때 TK 한국당 지지율은 20% 중반대인 데 반해 재보선에서 당선된 한국당 후보들은 골고루 45% 안팎의 득표율을 보였다.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65) 씨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밝히기가 부끄러웠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숨거나 한국당 지지자라고 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며 "안철수가 보수 대안이라고 하는데 안철수는 전라도 당 후보 아니냐. 대구경북 시도민이라면 한국당 후보를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 한 시민은 "그간 한국당이나 박근혜를 좋아한다고 하면 무슨 죄인 취급당했는데 북한과 가까운 문재인이나 안철수도 딱히 잘난 구석은 없다"며 "자유한국당 후보를 밀어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전히 찍을 후보가 없다는 투표 포기 의사를 밝힌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김천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형민(39) 씨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까지 표를 준 후보들이 모두 대통령이 됐지만 결국은 뇌물 스캔들이나 국정 농단 등으로 하나같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다"며 "투표를 해 봤자 도리어 대통령이 된 후보 개인에게는 불행한 사태만 초래되는 것에 역으로 인간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성구 시지에서 만난 김순오(52) 씨도 "TV나 신문만 펼치면 온통 선거 얘기인데, 변변한 지역 후보 하나 없는 마당에 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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