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울진군 울진읍 '와송' 농장. 배재영(52)'전봉선(51) 씨 부부가 와송 밭에 난 잡초 뽑기에 여념이 없었다. 배 씨 부부는 지난 2010년 울진으로 귀농했다. 성공적으로 귀농할 수 있었던 것은 와송 덕분이다. 안정적인 와송 영농으로 지난해 매출 1억2천만원을 달성했고, 올해 매출 2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친환경 지역'품목 결정
귀농 전 구미에서 건설업을 했다는 배 씨는 스트레스와 잦은 음주로 건강이 나빠졌다. 병원에 입원한 뒤 '인생은 돈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귀농을 결심했다. 하지만 가족의 반대가 거셌다. 아내 전 씨는 "이제까지 도시에서 직장 생활만 하던 사람이 어떻게 농사를 지을 것이냐고 말렸다"면서 "교통과 생활환경이 불편한 점도 반대 이유였다"고 했다. 배 씨는 "농업에 종사하면 수입과 건강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가족을 설득했다. 건강을 되찾는 모습과 저의 열정에 가족들이 마음을 바꿨다"고 웃었다. 배 씨는 '울진'과 '와송'을 선택했다. 울진은 산과 바다, 온천이 있고 친환경 지역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고향이 아니어서 '텃세' 걱정도 했지만 마을 주민들이 따스하게 대해주시고 농사도 가르쳐주셨죠."
가장 고심한 것은 품목 선정이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면 건강 관련 품목이 좋다고 판단해 와송을 골랐다. 배 씨는 "전국 와송 재배 농가를 찾아 어깨너머로 배우고 작은 텃밭을 이용해 실습도 했다"고 회상했다.
틈만 나면 귀농 관련 서적을 보면서 재배 최적지와 재배 방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휴경지를 옥토로 만들기 위해 밭에 있는 크고 작은 돌을 일일이 골라내는 작업은 너무 힘이 들었다. 와송을 재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을 주민들은 "그것으로는 농촌에서 먹고살기 힘들다. 고추나 양파, 감자를 심어라"고 조언했지만,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연구로 돌파
돌을 골라내고 퇴비를 뿌리고 와송 모종을 심고 희망에 차있을 때였다. 당시 4월 중순인데 갑자기 눈이 내리면서 모종이 얼어 죽었다. 모든 밭에 와송을 심지 않아 다행히 피해는 적었지만 충격은 컸다.
배 씨는 "농업기술센터, 군청 농정과를 찾아가 1년간 기후변화를 확인해 보고 나서야 울진이 늦게까지 눈이 오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자만한 것에 대한 하늘의 분노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뒤 영농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기상도 관측해 기록하며 시행착오를 줄여나갔다.
와송 관련 방송 보도가 잇따르고 와송을 재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가격 폭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배 씨는 "와송은 다른 작물처럼 농협에서 수매하는 품목이 아니다.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등에 홍보해 판매하지 않으면 안 되는 품목"이라면서 판로 개척에도 힘썼다. 초여름까지 잘 자라던 와송이 알지 못하는 병충해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안동대 농업최고경영자 채소 특작 과정을 수료하고 연구를 통해 병충해 방제 방법을 배웠다. 그는 "농약으로 해결하면 돈도 적게 들고 손쉽게 막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저희 가족이 먼저 먹는다는 생각에 유혹을 뿌리치고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친환경 농약 제조법을 배웠다. 또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속적으로 공부하면서 친환경 농법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 결과, 해가 거듭될수록 매출이 올라가고 농장이 커지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도 "와송 지으면 될까"라면서 재배 기술을 문의하기도 한다.
◆마을 주민과 벽 허물기
"마을 주민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주민들을 만나면 무조건 차를 세우고 웃으며 인사하기를 계속했죠." 그가 텃세를 극복한 비결이다.
마을 청년회와 산림계 등에 가입해 마을 공동 작업에 먼저 앞장섰다. 장날 마을 주민 태워 주기 행사와 마을 경조사 참석하기를 실천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장벽이 서서히 허물어졌다.
마을 주민들은 배 씨 가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마을 행사에도 불렀다. 배 씨가 생산하고 가공하는 생와송과 와송즙을 맛보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배 씨는 "귀농해 마을과 떨어져 나 홀로 사는 것보다는 마을에 인접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좋다"면서 "가까운 이웃사촌을 만들어가며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고 힘든 일을 먼저 도와 드린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을 주민이 돼있었다"고 말했다.
"'귀농인'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히지 말고 '이사 온 이웃'이라 생각하는 것이 낫습니다. 현지에 이사 온 이웃으로 생각하는 것이 마을 주민과의 벽을 조금 더 빨리 허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귀농 전 철저한 준비
그는 재배 기술에 대한 배움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귀농해서 와송을 재배하면서 공부를 위해 2012년 농민사관학교 안동대 농업CEO 과정, 농업기술센터 친환경 관리사 과정, 2013년 농촌 어메니티 과정 등을 이수하며 지역농업의 최고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지금은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인에게 멘토 역할을 위해 울진읍 귀농협의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와송 재배뿐만 아니라 소득을 높이기 위해 가공사업과 교육체험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배 씨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그는 "도시나 농촌이나 실패는 있을 수 있다"면서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농 전 귀농 관련 교육과 함께 품목을 선정하고 그에 맞는 토질의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농촌 생활도 도시와 같이 현금이 필요하고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거친 뒤 귀농한다면 보다 안정적인 귀농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한 우물 파기식 농법'이 성공한다고 밝혔다. 배 씨는 "누군가가 어떤 작목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그 작목을 검증 없이 선택하면 안 된다"면서 "가족과 협의하고 철저하게 검증을 한 뒤 품목을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농법에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농법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다면 대한민국 전 국민을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와송=오래된 기와지붕에서 자라고 그 모양이 소나무의 잎이나 소나무꽃을 닮았다고 해서 와송으로 이름 붙여졌다. 본래 산이나 들에서 야생으로 자라왔으나 민간요법으로 특효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대량으로 재배되고 있다. 일반 노지에서 재배되는 와송은 6월 말에서 8월에 수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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