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정수 업체에 개인 정보 알려줬다 낭패

정수기 1대 들였는데…11개 제품 계약됐다니

대구 동구에 사는 김모(58) 씨는 지난해 5월 국내 유명 정수기회사 판매사원인 지인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줬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수기 1대만 계약해 달라고 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안마기 등 전자제품이 11대나 계약돼 있어서다. 김 씨는 "신용정보회사가 체납 안마기 사용요금 250만원을 내라고 독촉장을 보내와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며 "구경도 못 해본 제품 때문에 수백만원을 물어줄 처지가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가 화가 나는 이유는 정수기회사의 관리시스템이 너무나도 허술해서다. 김 씨의 이름으로 등록된 제품 중 일부는 판매자나 설치 장소까지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접 판매자로 등록된 두 사람과 통화를 했더니 "해당 제품을 판매한 적이 없다. 명의를 도용당한 것 같다"며 황당해했다는 것이다. 안마기가 설치됐다는 주소로 찾아가서 만난 거주인도 "안마기를 본 적도, 사용한 적도 없다.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김 씨는 "판매업체가 작은 기업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애초 김 씨 명의를 받아갔던 지인이 다음 달까지 피해액을 마련해주겠다고 했지만 믿을 수 없어서다. 체납 요금 독촉장을 보냈던 신용정보회사 측은 경찰 조사 등을 통해 명의 도용에 따른 계약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후속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수기회사 관계자는 "김 씨 주장은 고객센터에 접수됐고 관련 부서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신용정보회사 측은 "친인척'가족'지인 등이 급하다며 개인정보를 요청해도 절대 알려줘서는 안 된다. 문제가 생기면 증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조언했다. 대구소비생활센터 관계자는 "정수기 대여가 늘면서 관련 상담도 증가 추세"라며 "개인정보를 위임하는 경우에도 계약서 등 증빙서류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구지역 정수기 대여 관련 상담 건수는 2014년 345건, 2015년 632건, 2016년 666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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