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醫窓] 잠이 보약

흔히 '잠이 보약'이라고 한다. 잠이 잘 들고, 푹 자고, 잘 깨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수면은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잠을 자는 동안 뇌와 심장을 비롯해 많은 장기들이 휴식을 취한다. 내분비계통과 면역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몸이 병균이나 스트레스와 싸울 수 있게 해준다. 신경계 노폐물을 없애고, 신경계를 재생하는 과정도 함께 진행된다. 또한 낮에 보고 느끼고 기억했던 정보들을 머릿속에서 재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수면이 부족할 때 느끼는 가장 흔한 불편은 낮에 졸린 증상이다. 특히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중요한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또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감소해 과체중과 비만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당뇨병의 발생률을 높이고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한다. 만성 수면 부족은 의욕 감소와 기분 저하, 우울증을 유발하며 면역기능도 떨어뜨린다.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률도 높아진다. 최근에는 깨어 있는 동안 뇌 안에 생긴 노폐물이 자는 동안 씻기는 현상이 발견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자는 동안에 제거되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물질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이다.

수험생들에게는 '4당5락'이라는 말이 있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다르다. 학습 기억은 신경세포 간의 정보 전달 과정이 강화되면서 생성된다. 반복 학습을 하면 신경세포 사이에서 정보를 수신하는 수상돌기에 버섯 모양의 가지가 생기면서 정보 송·수신이 더 원활해진다. 수상돌기는 깊은 잠에 빠지는 비렘수면 단계에서 더욱 잘 생성된다. 학습 기억의 효과를 높이려면 충분한 잠의 양만큼이나 잠의 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자고 싶어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수면 장애 환자도 있다. 불면증은 수면 위생을 잘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좋아질 수 있다. 수면 위생을 실천하려면 우선 취침과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해야 한다. 늦게 자더라도 같은 시각에 일어나고 낮잠은 피한다. 심하게 졸린 경우에는 10~15분 정도만 자면 된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운동시간은 40분 정도가 좋고, 잠자리에 들기 5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치는 것이 낫다.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이내에 30분간 더운물에 목욕을 해 체온을 높인다. 수면을 방해하는 카페인 음료나 담배 등은 피한다. 술은 수면의 후반기에 자주 잠에서 깨게 하므로 가급적 삼간다.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이내에는 많이 먹거나 마시지 않는다. 시계는 잠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밤에 일어나더라도 시계를 보지 않는다. 침실에서 15분 이상 잠이 안 오면 일어나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침대에서 일을 하거나 다른 생각에 골몰하는 습관은 버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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