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 심야에 전격 진행된 사드 배치 작전…주민 12명 다치고 1명 체포돼

긴박했던 8시간

사드(THAAD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X-밴드 레이더를 실은 트레일러가 26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주민들의 반대 속에 골프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주한미군의 성주골프장 사드 장비 반입은 26일 새벽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주한미군이 장비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경찰이 충돌해 주민 12명이 다치고 1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26일 0시를 기해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주골프장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차단했다. 경찰 인력 4천여 명을 동원해 성주골프장으로 가는 주 도로인 지방도 905호선을 포함한 도로를 통제했다. 예비 경찰력까지 포함하면 동원한 인원은 8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성주골프장에서 4.5㎞ 떨어진 초전면 신흥마을에서부터 주민과 취재기자는 물론 성주골프장 및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쪽으로 가는 모든 차를 막았다. 평소 사드 배치 반대 집회장으로 이용된 소성리 마을회관은 성주골프장에서 2.5㎞ 떨어졌다.

이런 움직임에 사드배치반대 단체로 구성된 소성리 종합상황실은 사이렌을 울리고, "집결하라"며 휴대폰으로 비상연락을 했다. 기도회를 열던 원불교 신도'주민 등 60여 명이 200명까지 늘어났다. 이들은 마을회관 앞에서 "미국 경찰 물러가라", "사드 배치 반대한다" 등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도로로 진입하려다가 경찰에 막히자 몸싸움을 벌였고, 마을회관 앞 도로에 차 10여 대를 대고 저항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3시쯤 주민을 에워싼 뒤 유리창을 깨고 차를 모두 견인했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노인 등 12명이 갈비뼈'손목 골절 등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박희주(김천시의원)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됐다. 한 주민은 "방패를 든 경찰이 항의하는 노인 등 마을 주민들을 강하게 밀어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오전 4시 43분 사드 장비를 실은 군용 트레일러 8대가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통과했고, 오전 6시 50분쯤 트럭 10여 대 분량의 장비가 통과했다. 경찰은 상황이 끝나자 오전 7시 50분쯤 상당수 경찰력을 철수시켰다. 약 8시간 만에 기습적인 사드 장비 반입 작전이 마무리된 것이다.

한편, 사드 부대 운용은 주한 미 8군 예하 35 방공포여단이 맡을 예정이다. 성주군은 사드 장비 반입 하루 전인 25일 육군 50사단에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원불교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6일 사드 배치 강행 중단 성명을 발표했다. 원불교는 한은숙 교정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원불교인들에게 성주는 '평화의 성자'라 불리는 원불교 제2대 정산 송규 종법사의 탄생지이며 구도지다. 인류의 평화를 말하며 지키고자 하는 원불교의 성지 위에 이율배반적인 전쟁 무기인 사드가 배치된 작금의 현실에 원불교는 안타까움과 함께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NCCK도 정의평화위원회 남재영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사드 배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판단한다면 급하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국민과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하면서 평화적 방법으로 풀어가야 한다. 상호 존중과 대화를 통한 참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선한 싸움을 벌이는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 성직자 등 평화 일꾼들을 지지하며 모든 힘을 다해 연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