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미국증시와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증시가 오르면 한국증시도 오르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 완화와 달러화 약세에 따른 신흥시장 회복 등으로 시작된 코스피 상승은 당분간 미국증시의 등락과 궤를 같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지수의 상관계수는 0.905로 지난 1년 중(2016년 4월 2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 지수의 상관계수는 달러화 강세로 자금이 선진국 시장에 집중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낮아져 지난 1월 10일에는 올해 들어 최저치인 0.229까지 떨어졌다.
이후 2월 1일 0.474, 2월 10일 0.535, 2월 20일 0.618, 3월 1일 0.709, 3월 10일 0.770, 3월 20일 0.810, 3월 30일 0.833, 4월 10일 0.869로 상승세를 이어왔으며, 지난 24일 0.901에 이어 이틀 연속 0.9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통상 상관계수가 0.5 이상이면 의미 있는 상관성을 띠는 것으로 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의 상관계수도 이날 0.85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8일(0.862)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코스피와 S&P500과의 상관계수는 지난 1월 10일 0.18까지 곤두박질치며 디커플링이 심화했지만, 이후 2월 10일 0.473, 3월 10일 0.699로 오름세를 이어왔다.
4월 10일에는 0.807을 기록, 지난해 11월 15일(0.802) 이후 처음으로 0.8대에 진입했다.
2013년 4월부터 지금까지 4년간 코스피와 나스닥지수의 상관계수가 0.60, 코스피와 S&P500과의 상관계수가 0.62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미국증시와의 동조화 수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미국증시와의 상관관계 변화는 달러화 환율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나타난 달러화 강세는 글로벌 자금의 선진국 증시 편중 현상을 가져왔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는 찬밥 신세였다.
그러나 연말·연초 한때 1천20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에는 1천100원 선마저 위태로워지는 등 달러화의 강세 기조가 꺾이기 시작했다.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완화와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다시 나타나면서 달러화는 하향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 흐름도 미국보다 유럽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달러화 약세를 지지하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미국보다 유로존이 나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지난주 후반 발표된 4월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도 유로존은 지난달부터 개선세를 나타냈지만, 미국은 52.8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 약세와 미국 채권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과 신흥국 주식시장, 원자재 시장으로 분산되면서 코스피와 미국증시의 동조화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 모두 기술정보(IT) 기업들이 최근 주식시장의 주도주라는 공통점이 동조화 현상을 강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지속은 미국 나스닥에서 '빅5'(애플, 구글, MS, 아마존, 페이스북)의 역할처럼 상승 동력이 됐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가 모두 좋아졌고, 특히 우리나라와 미국증시는 모두 IT기업이 좋아지면서 상관관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증시와의 동조화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강 이사는 "최근 3∼4년을 놓고 봤을 때 미국과 유럽, 일본은 모두 역사적 고점을 넘어섰으나,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양국 증시의 동조화 속에 코스피도 고점을 뚫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형렬 팀장은 "국내 증시는 저평가 해소가 진행되면서 적정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역사적 고점이던 2011년에는 경제적인 전망이 비관적이고 불안정했었지만, 이번은 다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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