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일춘추] 아… 다이어트…

나의 봄은 유난히 늦게 찾아온다.

꽃이 펴도 '꽃샘추위가 원래 더 무섭다'고, 몸은 움츠러들고 환절기 감기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런 내게 옆에서 말한다. 체력이 약한 탓이라고. "나 체력 좋아." 작게 항변해보지만 살찐 것과는 다르단다. 운동을 해서 갈색 지방을 늘려야 한단다. 그러고 보니 춥다고 이불 속에만 있었던 탓인지 살이 제법 올랐다. 작년에 입던 티셔츠는 길이가 짧아졌고 3층 계단도 숨이 턱까지 찬다.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해야 할까 보다.

시작은 뭐니 뭐니 해도 걷기다. 저녁 식사는 생략하고 운동화끈 질끈 매고 신천 둔치로 간다.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봄비를 맞은 땅바닥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계속 걸어도 지치지 않고 기분이 상쾌하다. 내친김에 유튜브를 뒤져 격한 복근운동으로 마무리하니 1시간이 훌쩍 넘었다. 이렇게 하면 금방 살을 뺄 것 같다. 마음만은 김연아다.

하지만, 다음 날 나의 몸은 다르다. 몸이 천근만근,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 지각할 뻔했다. 스트레칭으로 늘려놓은 옆구리는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 움직일 때마다 쿡쿡 쑤시고 계단을 내려가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사무실에 앉아 진척 없는 일과 지끈거리는 몸을 위로할 음식들을 흡입하고 나면 이미 상황 종료. 옆에서 지켜보던 이가 말한다. "그냥 다이어트를 하지 마. 살 더 찐 것 같다. 얘."

그러고 보니 해마다 길면 한두 달, 짧으면 며칠 동안 이런 연례행사를 치렀던 것 같다. 왜 매번 실패가 예상되는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기어코 실패하고야 마는 걸까. 애초에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거란 생각을 한 적은 있었던 걸까.

다이어트는 마치 수학 같다. 수학을 정복하겠다며 '수학의 정석' 책부터 펴들고 한 자 한 자 뚫어지게 본다. 완벽한 성공을 위해 사소한 것도 놓칠 수 없다. 하지만, 금방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긴다. 억지로 공식을 외워보지만, 응용 문제를 풀 수가 없다. 그리고 곧 "난 수학은 안되나 봐"라고 포기하게 된다.

조급한 마음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실패를 염두에 둔 계획을 짜지 않았더라면, 내 수준에 맞는 책부터 하나씩 성실히 풀며 단계를 밟아왔다면 '수포자'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지금 내 체력은 수학을 처음 접한 초등학생의 그것이다. 뇌에 수학이라는 주름이 생길 때까지 문제를 푸는 것처럼, 철저히 지금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아주 작은 것부터. 관건은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성실히 유지하는 것. 배가 덜 찼을 때 숟가락 내려놓기, 음료수 대신 물 먹기, 매일 조금씩 걷기. 그리고 하루를 마칠 때면 나 자신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련다. "잘했어. 어제보다 너 0.1%쯤 예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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