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생들의 시각 Campus Now!] 엄마는 지금, 내가 필요해!

'밥은?' '어디고?' '조심해서 들어가라.' 내게 보내는 엄마의 문자는 대부분 이 세 가지로 정리된다. 경상도의 무뚝뚝함이 묻어나는 우리 엄마와 말투는 다르겠지만 친구 어머니들의 문자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방금 '밥은 먹었나?'라고 온 엄마의 문자를 보면서 나는 무심코 '네' 한 글자를 답문자로 보낸다. 답장을 보내놓고 '엄마는 저녁 맛있는 걸로 챙겨 드셨어요?'라고 몇 마디 더 했으면 됐을 것을, 하고 후회한다. 무뚝뚝한 경상도 스타일의 엄마와 그 뒤를 잇는 경상도 스타일의 딸의 흔한 대화이다.

장녀인 나는 유독 애교가 없다. 집에 있을 때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23년 내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엄마가 나의 감정을 돌봐주는 것은 당연하게 여겼지만 정작 엄마가 필요할 때 나는 그곳에 없었다. "엄마, 엄마"라고 부를 때면 어디서든 "와~"라는 낮은 대답이 들렸다. 그런데 엄마가 "주아야"라고 할 때 나는 제때 대답하지 않거나 "왜"라고 퉁명스럽게 받아치기만 했다. 엄마는 항상 그게 서운하다고 하셨다.

여태까지는 엄마의 그런 표현에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아서 밤을 새우던 어느 날, 불현듯이 '이렇게 밤이 가듯이 엄마가 어디로 가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이 오고 다시 밤이 오는 매일과는 다르게 엄마는 가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결론에 맞닥뜨리자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만약 내가 끝까지 엄마의 마음을 몰라주더라도, 엄마는 내가 걸음마하던 그 순간부터 삐뚤삐뚤한 글씨로 쓰던 '엄마 사랑해요'라고 쓴 카드를 떠올리며 나를 추억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내 또래에게는 '엄마'는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고, 동시에 당연시되고 소홀히 생각되는 존재일 것이다.

엄마들은 지금 많이 외롭다. 대학생 대부분의 어머니도 우리 엄마와 연세가 비슷할 것이다.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엄마는 항상 그곳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지금은 엄마에게 우리가 필요할 때이며, 이제는 우리가 그곳에서 엄마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어머니의 좋은 시절 꿈은 내 배냇저고리와 함께 곱게 접어둔 채 그저 나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주는 것이 가장 큰 꿈이 된 분. 그 사람이 여러분의 옆에도 있다. 나처럼 '경상도 여자 스타일'이라서 문득 말하기 쑥스럽다면 이번 어버이날을 핑계 삼아 부모님에게 "사랑해"라고 애교를 듬뿍 담아 전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카네이션 한 송이씩 사서 무뚝뚝한 감성을 가득 담아 이렇게 말씀드리면서 전해 드리자. "오다가, 주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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