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대통령 선거밖에 없다. 대선이 끝나면 세상의 종말이라도 올 것처럼 '올인' 분위기다. 세상은 돌아가게 마련인데 세상 사람들 마음은 그렇지 않아 조바심이 나는 모양이다.
30년 전의 일이다.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가 지금처럼 치러졌다. 주요 후보는 지금처럼 5명이 아니라 4명이었다. '4자 필승론'이란 게 있었다. YS-DJ 후보단일화 없이는 노태우 필승이라는 논리였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득표율은 민주정의당 노태우 36.64%, 통일민주당 김영삼 28.03%, 평화민주당 김대중 27.04%,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8.06% 순이었다. 지지율 40%도 안 되는 소수파 대통령이었다.
9일 치러지는 19대 대선도 이대로 간다면 5자 구도로 치러지고, 야권의 5자 필승론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30년 전 득표율 분포와 비슷하게 나온다. 설령 구도가 요동을 치고 연대와 단일화의 드라마가 연출되더라도 당선자의 득표율은 40%대에 그칠 것 같다. 반쪽 대통령이 아니라 반쪽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통령이다. 여소야대다. 정부와 국회는 따로 놀 공산이 크다. 과반 득표율, 과반 의석으로 출범한 정부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는데 소수파 정부가 제대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한 요구다.
누구를 찍을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형식은 질문이지만 내용은 편 가르기다. 무슨 반응이 나올까를 생각하면 솔직히 답을 하기가 겁이 난다. 한 지인은 그런 질문을 받으면 '심상정'이라고 답하라고 귀띔을 한다. 논란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의도다. 웃을 일이 아니다. 너무나 비정상이다.
40% 대통령이 나오면 60% 가까이는 그를 결코 대통령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다. 또 탄핵 이야기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대통령 당선자가 권력도 자리도 내놓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열린 정치를 하지 않는 이상 세상은 시끄러울 거다. 경험해 봤으니 국민들은 잘 안다. 대통령 지지파 국회의원이 100명 아래로만 내려가면 언제든 가능한 게 대통령 탄핵이다. 두 번이나 해 본 탄핵인데 세 번이라고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 큰일이다. 내가 찍는 후보는 천하의 지도자감이고 난세의 영웅이지만, 남이 찍는 후보는 나라를 팔아먹거나 천하의 잡X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주변에 널려 있다.
이제 1주일 남았다. 개표가 끝나고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의 시간을 떠올려보자. 승자는 혼자 기뻐하고, 패자는 두고 보자는 식으로 등을 돌리고 분을 삭일 거다. 익숙한 광경이다. 지지하는 후보가 떨어진다면 마치 세상이 끝날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을 본다. 반대파가 당선되면 세상을 등질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민가겠다는 사람도 봤다. 이번 선거에서 유독 심하다. 그 사람들 10일이 지나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하다. 이런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비록 소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 삶이 뭐 그리 변할까라며 담담하게 선거를 맞이하는 이들을 만난다. 거품을 무는 이들에게서보다 배울 것도 많다. 너무 냉정해서 선거 자체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면 권장할 만하다. 이들이 있어 세상이 그나마 조용한지도 모른다. 곰곰 생각해보자. 최순실급 비선 실세라면 몰라도 누가 대통령이 된들 뭐 그리 대수겠나. 선거는 선거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달라질 게 뭐 있겠나. 별로 없다.
당선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고, 떨어지는 사람은 야당의 지도자가 된다. 당선과 낙선 사이는 글자 한 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목숨 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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