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보며

최근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이 대선 후보들의 중요 공약 사항으로 논의되고 있다. 일부 대선 후보는 검사에게 주어져 있는 직접 수사에 관한 권한을 사법경찰관에게 주고, 검사는 기소(공소 제기) 및 유지 업무에만 전념하도록 제도를 고치겠다고 한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과 수사 지휘권, 수사 종결권 등을 갖고 있고, 기소 여부 결정권, 공소 제기권, 영장 청구권 등이 모두 검사에게 집중되어 이것이 검사의 권한 남용, 전관예우 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상은 개개의 검사가 독단적으로 수사하고 기소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하지는 못한다. 검사는 수사에 따른 기소 또는 불기소(공소권 없음, 혐의 없음, 기소중지, 기소유예 등) 결정을 할 경우 상관에게 보고하여 결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체포, 구속, 압수 등은 판사가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만 집행 가능하므로 법원의 통제 아래에 있다. 몇몇 특수한 사건을 제외한 거의 모든 수사는 경찰에서 이루어진다. 검찰에 고소된 대부분의 사건조차 경찰에서 수사가 이루어진다.

검찰의 수사 또는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는 대부분 보강 수사 또는 증거 보완에 관한 것이다. 기소 여부는 담당자의 입장에서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을 전제로 하므로 수사권과 공소 제기권을 분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일 경찰만이 수사권을 갖고 검사는 경찰이 기소하기로 결정한 사건만 기소해야 한다면, 마땅히 기소되어야 할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묻혀버릴 수도 있다.

범죄 수사와 관련하여 인권 보호가 자주 언급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억을하게 누명을 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범죄자가 수사상의 잘못이나 법 적용의 잘못으로 처벌받지 않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필요한 경우 직접 수사를 하거나, 일정 부분 수사를 통제'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법관과 동등하거나 그에 준하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검사로 하여금 범죄 수사를 할 수 있게 하거나 그 적법'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찰에도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현장에서 수사를 하다 보면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영장청구권도 경찰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검찰을 제외한 나머지 수사기관, 즉 경찰이나 정보기관 등이 사람을 구속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 검사를 경유하기만 하면 경찰이나 국정원도 사람을 구속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현 제도가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해야 할 이유로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대통령과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 등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는 검찰이 행정부 소속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통령이 검찰의 인사권을 갖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검찰 수뇌부에 앉히는 등 직간접적으로 인사에 영향을 미쳐 온 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검찰이 정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검찰의 인사권이라도 독립된다면 굳이 공수처를 신설할 이유가 없다. 비록 공수처가 신설되더라도 거기에 정치 권력자의 인사권이 개입된다면 유명무실한 기관만 하나 더 설치하는 꼴이 될 것이다. 고위 공직자 등의 비리사건이 과연 하나의 처를 설치해야 할 정도로 많을지도 의문이다.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과 보다 철저한 인권 보장을 바란다면 수사권 조정보다 검찰을 행정부로부터 사실상 또는 법률상 독립시키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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