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로운 삶의 소득이 있는 귀농 1번지 경북] 5.성공기-블루베리 재배…영덕 김해운·이미영 부부

귀농 3년 만에 1억 고소득…정년 없는 '인생 2막' 안착

김해운
김해운'이미영 씨 부부가 영덕에 있는 블루베리 농원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모현철 기자

지난달 18일 영덕 영해면의 한 블루베리 농원. 김해운(55)'이미영(53) 씨 부부가 늦은 점심을 먹다가 웃으면서 기자를 반겼다. 김 씨 부부의 농원에는 블루베리가 봄 햇살을 받으면서 익어가고 있었다.

김 씨 부부는 지난 2014년 고향인 영덕으로 귀농했다. 블루베리를 재배하면서 지난해 3.5t을 수확해 매출 1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2억5천만원을 달성하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농업은 블루오션

"어릴 때부터 언젠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을 실현하려면 시기적으로 너무 늦으면 안 된다고 스스로 기한을 정하고, 늦어도 50대 중반까지는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 씨는 귀농이라는 꿈을 실현하고자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귀농 10여 년 전부터 필요한 농지를 조금씩 사들였다. 귀농 1년 전부터는 작목'기후 연구, 농업경영 기본방향 정립 공부에 열중했다.

김 씨는 "귀농의 매력은 제2의 인생, 즉 인생 2막을 정년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생명산업인 농업은 아직도 연구대상이 될 수 있으며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 고소득도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확신을 갖고 귀농을 결심했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게 김 씨 뜻대로 되진 않았다. 아내와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 이 씨는 "다른 사람들은 좋은 직장을 오래 다니며 정년까지 유지하려고 하는데 왜 좋은 직장을 스스로 나오려고 하느냐"며 거세게 반대했다.

◆아내와 부모님 설득

김 씨의 의지는 강했다. 김 씨는 "가족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일이라도 시작은 용기와 힘이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스스로 귀농을 결정했다"고 웃었다.

김 씨는 부모님과 아내 설득에도 공을 들였다. 김 씨는 "마지막에 떠밀려 어쩔 수 없는 차선책으로 귀농하면 육체적으로 노동력이 떨어지고, 자신감도 지금과는 다른 정신적 실망감, 패배감 때문에 많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50대 중반이 중요하고 적절하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아내에게 농번기에는 농장에서 활동하고 농한기에는 수원에서 생활하며, 친구도 만나고, 종교생활과 문화생활도 즐기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설득을 하니 조금씩 제 생각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남은 과제는 부모님 설득이었다. 김 씨는 "부모님은 아들이 농촌에 오면 동네 사람들이 망해서, 혹은 직장 생활에서 쫓겨나서 왔다고 손가락질하니 지금은 안 된다고 하셨다"면서 "퇴직 나이 60세까지만 직장 생활을 더 하고 내려오라고 단호하셨다"고 했다.

"저는 중학교 졸업 이후 타지 생활로 자주 뵙지 못해 부모님께 효도하려는 마음도 있었는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반대가 심해 오히려 귀농을 하면 불효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씨는 차선책으로 고향이 아닌 상주에 귀농하려고 했다. 그러자 부모님의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아내가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재배농가'전문가 자문 얻어

김 씨는 귀농 지역과 품목 결정이 가장 중요하고 귀농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지역에 따라 특산물이 있고 기후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씨가 영덕을 선택한 이유는 천혜의 기후 조건을 갖고 있어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일조량 전국 1위 지역이다. 식물이 포도당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이 제일 많은 지역이 영덕이라는 의미이다. 또 친환경, 힐링, 무공해란 이미지가 강하다. 9년 연속 로하스 인증(친환경적이며 사회 공헌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기업이나 단체의 제품'서비스'공간 등에 인증) 지역으로 공인된 기록이 있다. 영덕대게, 송이버섯 등 해산물과 임산물이 동시에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영덕은 시금치, 복숭아, 사과 등을 지원'장려하는 지역이지만 앞으로 과일 소비 경향을 고려했을 때 경쟁 우위 품목이 블루베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 씨는 블루베리를 결정하고서 교육을 통한 정보 수집에 힘을 쏟았다.

"틈틈이 귀농귀촌 관련 인터넷 교육으로 정보와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블루베리를 선정한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농장을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심했습니다."

김 씨는 전국에 있는 블루베리 농장을 방문하고 재배 농가와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김 씨는 "우선 규모만을 고려하면 블루베리는 농업강국 미국이나 칠레에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한국에서 블루베리 평균 농장 규모는 0.3㏊ 안팎이다. 외국은 최소 3~10㏊이다.

김 씨는 "규모는 포기하고 질로 승부하기로 했다"면서 "품종에서부터 중요한 항목을 차별화된 목표를 세우고 실행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맛있고 품질 좋은 특허 신품종을 심었다. 생산 시기는 봄부터 가을까지 최장 기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묘목은 일반 품종보다 3~4배 비싸지만, 과감히 투자했다. 무농약과 유기농법을 선택했다. 수확 첫해에는 무농약 인증도 받았다.

◆세계 최고 목표

김 씨 부부는 체험할 수 있고 감동을 주는 농장을 만들고 있다. 블루베리 음악축제도 열었으며, 블루베리동산 꾸미기, 블루베리 나무로 자유의길'평화의길 만들기, 체험을 위한 몽골하우스 같은 여러 가지 이벤트도 개발했다.

가장 큰 목표는 '세계 1등 명품 블루베리'를 생산하는 것이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서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김 씨가 생산한 블루베리는 다른 농장에 비해 비싼 편이다. 김 씨는 "자동차도 대형차와 소형차가 있듯이 블루베리라고 다 같은 블루베리가 아니다"면서 "소비자가 직접 보고 먹어본 후 크기에 놀라고 맛에서 또 한 번 놀란다"고 자신했다.

김 씨는 '텃세' 극복에 대해서 "주민과 관계 형성에 어려움도 있지만 극복 방안도 있다"면서 "주변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들과 많이 소통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낙관했다.

"지역 활동에서 할 도리를 다 하고 마음을 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살 맛이 생깁니다. 여유가 되면 베풂의 미덕을 발휘하시면 더욱더 좋습니다."

김 씨는 귀농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꿈을 실현했다고 웃었다. 어릴 적 꿈을 실천한 것이다. 또 직장 생활에서 항상 존재하는 '월요병'을 잊고 틀에 박힌 생활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그는 귀농으로 효자가 됐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김 씨는 "부모님 곁에서 건강도 챙기고, 심적으로 좀 더 보살펴 드릴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좋다"고 했다.

그는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목표와 철학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실천 가능한 구체화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막연히 꿈만 가지고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필수 요소는 경영철학과 품질의 국제적 경쟁력, 품질의 지역적 경쟁력, 마케팅 실천 전략이다"고 했다.

김 씨는 "전문적인 경영에 관한 핵심 키워드를 가지고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목표로 하는 세계 최고의 블루베리농장으로, 체험힐링농장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갈 때 성취감은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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