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나이야! 오너라

'남은 재산도 모두 사회에….' '내가 죽은 뒤에도 변함없이 생전처럼….'

지난달 28일 대구에서는 '2017 전국 아너소사이어티 대표회의'가 열렸다. 이날 김기호(82) 씨는 유산기부 서약식을 갖고 사후, 전 재산인 아파트의 사회 기부를 공개 약속했다. 이날 기부는 지난 2013년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회원으로 자신의 이름을 올린 뒤 죽은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남편과 생전에 '단돈 100원이라도 모두 나누고 가자'고 했던 터였다.

김 씨는 자신이 회원이 된 이듬해 2014년, 앞서 2012년 작고한 남편 이름(박찬수)으로 다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했다. 남남으로 태어나 부부로 인연을 맺어 한 몸으로 살다 비록 다시 저 생과 이생으로 갈렸지만 차례로 부부 회원이 되고 마지막 남은 살던 집까지 내놓은 셈이다. 그야말로 빈손으로 온 삶에서 다시 빈손으로,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조화(造化)에 따르고자 하는 마음의 드러남이 아닐 수 없다.

경북 의성에서 나서 공직에 들어온 뒤 구미와 인연을 맺고 36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2006년 퇴직한 이택용(68) 향토사학자는 연금생활자다. 연금 일부는 매달 장애자 단체에 자동이체된다. 퇴직하면서 장애자 단체와 서약했기 때문이다. 효력은 부부의 삶이 온전히 마치는 순간까지다. 만약을 대비, 자신의 삶 뒤에는 연금 상속자가 생전처럼 변함없이 기부토록 조치해 두어서다. 이런 약속은 아내와 가족에게도 알렸다.

그는 두 가지의 생각에서 이런 일을 시작했다. 하나는 공직자로서 생활과 좋아하는 역사 공부 등을 하면서 지난 세월을 무사히 살아온 데 대해 세상에 고마움의 일부나마 되돌려주기 위함이다. 다음은, 눈이 좋지 않아 다니면서 숱하게 넘어지고 다쳐 입은 부상과 상처로 시각장애의 아픔을 겪으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주려는 생각에서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의 실천이다.

경북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높은 의성군이 '2017년 나눔 캠페인' 이웃돕기 성금 모금에서 경북 3위, 군(郡) 단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는 3년 연속 경북 1위였다. 의성군은 30년 내 인구 소멸 위험지역으로 꼽힌 곳이다. 하지만 이웃과의 정 나눔 열기는 뜨겁다. 앞과 의성 사례처럼 나눔도 연륜(年輪)에 비례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이듦은 선물이자 지혜일 수 있다. 세월아 비켜라. 나이야! 오너라. 나눔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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