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근무시간 공무원 도민체전 동원…토·일요일까지 강제 응원 불려가

경북도민체전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구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기회에 도민체전을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축제'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영천시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제55회 경북도민체전에 출전한 포항시의 경우 실'과별로 일정 수의 공무원들이 종목별로 응원단을 꾸린 뒤 경기장을 찾아가 선수들을 응원했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평일에는 여비(식대 및 교통비)를 지급받아 업무와 상관없는 응원에 동원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토'일요일에는 쉬지도 못한 채 별도 수당도 없이 동원돼 불만이 가중됐다.

이런 사정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하다. 포항의 경우, 이강덕 시장을 필두로 실'과별로 돌아가며 3~5명 정도씩 동원돼 할당된 종목의 응원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젊은 직원들은 이런 행태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공무원 A 씨는 "일과 시간에 도민체전 응원을 나서는 것도 문제이고, 윗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서는 것도 마뜩잖다"고 했다. 다른 포항시 공무원은 "선수단만 보내 놓고 응원에 나서지 않는 것도 해당 지자체의 역할이 아닌 것 같아 공무원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에 나서고 있는 현실"이라며 "차라리 관심도가 떨어지는 도민체전을 생활체육을 확대해 스포츠축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경주시 한 공무원도 "지역 대표 선수들을 응원한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매년 열리는 대회에 공무원 수십 명이 동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며 "관중 동원이 여의치 않아 공무원들이 들러리를 서는 셈인데, 눈길을 끌 만한 부대행사를 열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울진군 한 공무원은 "울진은 거리가 워낙 멀어서 강제적 동원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휴일에 부서장들이 응원에 나서면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고 동행해야 할 경우가 있다"면서 "행사 성격상 공무원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강제성이 짙어진다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시대가 변했는데도 아직까지 공무원을 동원해 행사를 진행하는 구태가 여전한 것이 안타깝다"면서 "시민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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