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청년 일자리의 해법(하) - 취업과 창업, 그리고 인생

'JUST BORN TOO LATE'.

(단지 너무 늦게 태어났을 뿐이다)

고교생 아들 녀석의 모자를 우연히 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구입했을까 의아스러웠다. 분명한 것은 이 모자를 만든 사람은 오늘날 우리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과 심경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오력(노력을 비꼬는 말)이 부족하다' '인내심이 없다' '눈높이를 낮춰라'는 등의 기성세대 조언은 '단지 먼저 태어난 자의 눈꼴사나운 자만심'일 뿐이다. 얼마 전 20대 청년이 공공기관 4곳의 인턴으로 전전하다 인턴 만료 2달여를 남기고 일하던 공공기관 건물에서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이다. 전후 사정을 보면 스스로 몸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공무원을 목표로 공부하던 20대 공시생이 7번의 낙방 끝에 어머니와 함께 고향인 구미로 돌아가다 휴게소에서 자살했다.

두 사건 모두 유서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유언조차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지긋지긋한 곳'이었을지 모른다. 기성세대는 이제 먼저 태어난 자의 오만함을 버리고 이 땅에서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청년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무조건' 취업과 창업으로 내몰 일이 아니다. 취업을 하든지 창업을 하든지 간에 단기적인 청년실업률 감소가 아니라 '그 청년의 인생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100세 인생 시대에 10여 년 정도의 고난과 시련의 시기를 견딜 만한 각오는 웬만한 청년이면 다 가지고 있다. 청년들을 못 견디게 하는 것은 한 번 비정규직이면 영원한 비정규직 인생을 살게 되고, 한 번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삶 전체가 3류 인생으로 전락해 버리는 사회구조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듯 대한민국은 지금 대단히 잘못된 '사회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에 정책변경은 더욱이 기존 예산의 투입방식을 바꾸는 정책변화는 쉽게 추진할 수 있다.

사실 대한민국의 대학교육 수준과 창업생태계를 고려할 때, 대학생 창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차라리 창업의 초점을 10여 년 정도 중소기업 등에서 기술과 비즈니스 경험을 익힌 청년에게 맞추자. 중소기업의 취업 경험을 미래의 'CEO'(최고경영자)가 되는 징검다리로 만들고, 이런 능력을 갖춘 젊은이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자. 중소기업도 우수한 인재를 붙잡기 위해 임금과 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 하지 않을까. 악순환을 선순환 궤도로 돌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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