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운명과 팔자소관

나이가 들어가면서 '운명'이나 '팔자'라는 어휘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국어사전에서 '운명'은 인간의 노력이나 능력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말한다. '팔자'라는 것은 연월일시의 시간적 개념을 동양의 '육십갑자'로 표현한 8개의 글자를 의미한다.

운명이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에서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팔자란 생년월일시 즉 태어나면서 한 개인에게 주어진 운명적인 흐름을 일컬어 사용하는 말이다.

두 단어 모두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도 그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오지 않을 때가 많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이런 공통점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선조들이 많이 사용한 좌우명 중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인간의 겸허한 자세를 가르치는 말이다. 하지만 '하늘의 뜻'을 잘못 이해하면 샤머니즘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각 개인의 운명인 팔자를 바꾸거나 좋게 하려는 인간의 허망한 바람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스스로 더 노력하고 지혜로운 생각을 키우기보다는 나보다 나은 존재에 의존해서 팔자를 바꾸겠다는 어리석은 대중의 욕망이다. 여러 명목을 붙여가면서 욕망을 이용하려는 종교단체의 헌금이나 무속인 혹은 역술인들이 유인하는 푸닥거리, 부적, 개명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대상이 종교적 절대자이거나 영험한 무속 혹은 역술적인 방법이라면, 혹은 돈으로 행불행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더 이상 운명이란 어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애당초 '운명'이란 정해진 것이고,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필자는 인생을 '고비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가 모여진 개인의 역사'라고 설명한다.

팔자(八字)는 다른 용어로 사주(四柱)라고 한다. 현대인 중에는 이런 '팔자'를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신비주의적 대상으로 은근히 신봉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사주명리학을 강의하고 상담하는 사람으로서 "사주로 개인의 인간사를 자세하게 다 알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주(생년월일시)가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항상 80여 명이 있으니까요. 다만, 사주로 그 사람의 타고난 기질과 노력에 대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시기(時期)만은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으니 미신은 아니지요"라고 얘기를 하곤 한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 선조들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순응함으로써 불행을 비켜갈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