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누가 대통령이 되든…

딱 네 밤 자고 나면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정치 시계는 세월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올 대선에는 여론조사 지지율 1%도 되지 않는 10명의 군소 후보들도 있지만, 5명의 주요 정당 소속 대선 후보가 발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다. 선거는 '조직과 바람'이라는 말처럼 현재는 제1정당 문재인 후보가 앞서가고 제2정당 홍준표, 제3정당 안철수 후보가 뒤쫓는 형세다.

올 대선의 키 포인트는 뭔가. 대구경북민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면 지역에 유리할까.

지역 민심을 얼핏 살펴보면, 세대별로 극단적으로 갈린다. 50대 이상은 그래도 홍준표라도 밀어서 보수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여론이 지배적이며, 20, 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30, 40대까지는 '대구도 바꿔야 한다'며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를 입맛대로 골라 지지하는 듯한 형국이다. 대구가 고향인 유승민 후보에 대한 지역의 반응은 기대 이하다. 연고 의식이 강한 지역임을 감안하면 유 후보의 지지도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후보는 똑똑하지만 '배신자 프레임' 때문인지 지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 간혹 심상정을 찍겠다는 유권자도 있지만 많지는 않다.

'경상도 사나이'라는 키워드를 이번 대선에 넣어보면,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두 진보 성향 후보는 PK(부산경남), 두 보수 성향 후보는 TK(대구경북)로 분류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남성후보 4명, 이들을 한 명씩 나눠서 보자. 문재인은 거제, 안철수는 부산이 고향이다. 홍준표는 경남 창녕이 고향이지만 대구에서 고교를 나와 TK임을 자처하고 있으며, 유승민은 대구 토박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네 사람 중에 굳이 경상도 기질이 가장 강한 사나이를 꼽자면 홍준표라고 여기는 지역민들이 많다. 하지만 홍준표의 세련되지 못한 투박한 말투와 억양, 논란을 무릅쓰고 돌파하는 직설 화법, 다소 마초적인 남성적 행동 등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잖다. 반면, 안철수는 경상도 사나이의 전형적 기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선거 막판, 1강 2중 구도 속에 홍준표 안철수 두 후보 간 2위 싸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안철수가 TK에서 어느 정도 지지를 받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현 판세를 보자. 올 대선판은 제1야당 후보에게 기울어져 있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전 내내 대세론을 이어가며,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변 없이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TK는? 지난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실장을 맡았던 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정책 '시즌2'는 기대해 볼만하다. 홍준표 후보가 기적 같은 대역전극으로 당선된다면, 대구경북에 어떤 힘을 실어줄까? 안철수 후보가 대반전으로 당선된다면, TK에도 선물 덩어리를 선사할 텐데 그게 무얼까?

대구경북민에겐 사실상 '찐맛 없는 선거'가 되고 있지만 이제 나흘 후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진보의 기세가 무섭지만, 보수에게도 희망이 영 없는 건 아니다. 그것은 '샤이(Shy) 보수'의 숨은 표다. 보수 성향 전문가들은 10% 안팎까지 보고 있다. TK에서도 그런 기운은 감지된다. 지난달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건재를 확인했다. 현 정국에 화가 난 태극기 부대가 투표장에서 실력행사(?)를 할지도 모른다. 또 바른정당 국회의원 10여 명도 한국당 복귀와 홍준표 지지를 선언했다.

TK 지역민의 선택도 나흘 남았다. 어떤 판단을 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잘 생각해보자.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현 대한민국호를 잘 이끌고 갈 선장의 자질을 누가 갖추고 있는지. 더불어 대구경북지역의 이익에 도움이 될 후보가 누구인지. 이들이 당선된 이후 펼칠 각종 정책과 지역 발전의 그림도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

2017 선택과 함께 대선 이후의 다짐도 하나 하자. 누가 대통령이 되든 TK는 '국민 통합의 선봉장'이 되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